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115명의 추기경단은 18일 콘클라베(비밀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14일 바티칸에서 사전회의를 갖고 가톨릭 교회의 장래를 논의했다. 호아킨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추기경들은 기도를 드린 뒤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차기 교황 선출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선거운동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기경들은 이번 회의를 이용해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사상최대 규모의 추기경단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갖는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전세계의 이목은 어떤 성향을 가진 어느 지역 출신의 새 교황이 탄생할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 많은 신도들은 가톨릭 인구가 11억명에 이르고 이중 절반이 중남미, 3분의2가 개도국에 살고 있는 현실을 오늘날의 교회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차기 교황은 제3세계에서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가톨릭 신도의 3분의2가 유럽인이었지만 지금 은 성베드로 관장에 모인 이탈리아인들의 입에서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선출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다. 브라질같은 가톨릭 국가에서는 본국 출신 교황의 탄생을 열렬히 고대하는 분위기이다.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 출신인)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교황이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며 차기 교황이 최소한 지리적으로라도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제3세계 출신이 차기 교황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단의 절반이 유럽 출신이고 영국의 도박흥행사인 패디 파워가 유력한 3인으로 꼽은 사람은 라칭어 추기경과 장-마리 뤼스티제(프랑스),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이탈리아)의 순으로 모두 유럽인이다. 4위부터 5명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출신이지만 이들의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영국 최대의 흥행회사인 윌리엄 힐은 나이지리아인인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교황 후보로 꼽았고 두번째로 뤼스티제, 세번째로 라칭어를 꼽았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일부 추기경들은 중남미계 교황이 탄생할 경우 수백년동안 교황청을 운영해 온 막강한 관료기구 쿠리아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세계에서조차도 아프리카나 중남미계 교황에 대한 의견이 반드시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든 문제의 답을 로마에서 구하던 오랜 습관에 길들여진 이들은 신의 대리자가 자기 고향에서 등장하는 것을 난처하게 여긴다. 교황의 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줄서있던 한 멕시코 여성은 "교황이 멕시코에서 나올까 두렵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새 교황의 결점들을 금방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티칸 내부사정에 정통한 일간 라 레푸블리카의 기자는 독일과 북미 출신 추기경들 사이에 라칭어 추기경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혼 뒤 재혼한 부부에게도 영성체를 허용하는 그의 입장을 다른 독일인 사제들이 반대하며 북미의 성직자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 문제에 관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인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추기경단 115명중 58명은 유럽인이고 중남미인 25명을 합쳐 남.북 아메리카 출신이 35명이다. 이들은 평소에도 남.북미간, 유럽-아프리카간 모임을 갖고 교류하면서 관계를 다져왔으나 가톨릭 교리에 관해 다양한 견해를 갖고 있어 단순히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콘클라베에서 동맹세력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티칸시티.런던 AP.로이터.d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