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 중의 하나인헬무트 콜(74) 전 독일 총리에 관한 옛 동독 비밀정보기관의 문서가 곧 공개된다. 동서독 통일 이후 분단시절 무소불위의 비밀 경찰 역할을 해온 동독 국가안보부(슈타지)의 자료들을 보관 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슈타지 문서 보관소는 24일 콜 전총리에 관한 자료 가운데 일부를 정리, 조만간 2권의 책자로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2년부터 1998년까지 16년 간이나 총리로 재직한 콜에 관한 슈타지 자료는 콜의 정치활동에서부터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정보를 담은 것이어서 그 내용에 대한 독일 사회의 관심이 매우 높다. 특히 콜이 서독 총리직에 오른 1982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1989년까지의정치와 통일 과정에 얽힌 비사와 콜이 이끌었던 집권 기독교민주연합의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 정보들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 전 총리가 지난 1998년 총선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적녹연합에 패한 것에는 기민련 정치자금 파문이 큰 역할을 했으나 아직 콜의 관여 범위 등 사건의 전모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1990년 통일 이후 총리로서 자신에 관한 슈타지 자료들을 읽은 것으로 알려진콜 전 총리는 그동안 이 자료의 공개를 한사코 반대하며 소송전을 벌여와 대중들의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마리안네 비르틀러 소장은 그러나 곧 펴낼 2권의 책자엔 기민련 정치자금 파문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놀랄만한 것'이 없다면서 "콜 전 총리의 활동 등에 관한 알려고 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타지의 전화 도청이나 통화기록 같은 것도 없을 것이며, 콜이 1979년 라인란트 팔츠주 주지사로서 동독의 라이프치히를 방문한 일이나 1983년 하원 연설 내용들에 대한 슈타지 분석이나 언론 보도 같은 일반적 자료일 뿐이라는 것이다. 비르틀러 소장은 이 문서철은 콜 전 총리에 관한 정보보다는 오히려 슈타지가어떤 식으로 일해왔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전에 허가를 받은 언론인과 학자 등에게만 공개될 2권의 책자는 총 약 6천5백쪽의 자료 가운데 1천여 쪽만 정리한 것이다. 대중과 언론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슈타지 문서보관서가 공개할 자료엔 흥미로운 중요 내용이 빠질 것임은 대체로 예상돼 왔다. 지난 2000년 초 독일 언론은 기민련 정치자금 파문 등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사건들을 규명하기 위해 이 자료를 공개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에 콜 전 총리 측은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이 이어져왔다. 지난해 6월 연방행정법원은 자료의 일부는 공개될 수 있다면서도 사생활 보호를이유로 도청 등 불법적 방법으로 수집된 정보 등은 공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법적 분쟁은 일단락됐다. 콜 전 총리 측은 자료의 대부분이 왜곡과 허위, 날조된 것이며 공개가 될 경우무고하게 자신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역사학계와 언론인들은 역사적 사실과 비리 규명 작업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비판을 하면서 콜 전총리가 옛 동독 정치인이나 외교관 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도청이라도 언론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