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이래 세계 체스 챔피언 자리를 지켜온 게리 카스파로프(41)가 프로 체스계에서 은퇴한다고 10일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그는 이날 스페인에서 열린 체스대회 '리나레스 2005'의 14번째 토너먼트에서이긴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선언했다. 어린 시절부터 체스에 두각을 나타내 22세의 나이로 최연소 세계 체스 챔피언에올랐던 카스파로프는 프로 체스계에서 더이상 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은퇴의 한이유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가 체스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경기자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1997년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의 게임에서 패한 바 있다. 카스파로프는 2003년 설욕전에 나서 또다른 슈퍼컴퓨터 '딥주니어'와의 게임에선 3대3으로 비겼다. 그는 지난 1월 세계 체스연맹 챔피언 매치가 계속 연기돼 재정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다며 불참을 선언하는 등 프로체스계에 좋지 않은 감정을 표출해 왔다. 그는 당시 "나는 20년 동안 세계 1위를 고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킬것"이라면서 "나는 체스 챔피언을 둘러싼 내부정치라는 싸움터에서 물러날 뿐 체스와 체스를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계속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구 소련 아제르바이잔 출신인 카스파로프는 오는 2008년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반대하는 자유주의 인사들의 모임인 '자유선택 2008위원회'를 이끌고 있어 은퇴 후 정치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