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를 지닌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사립 기숙학교가 놀림감이 되기 십상인 학교이름을 고치려 하고 있지만 만만찮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화제가 된 학교는 매사추세츠주 뉴베리의 `더머 총독 아카데미(Governor DummerAcademy)'. 독립전쟁 이전에 세워져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이 기숙학교의 이름은 학교 설립에 필요한 땅을 기증했던 윌리엄 더머 전(前) 총독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러나 `더머'는 `더 멍청한(dumber)'이라는 뜻의 단어와 발음이 똑같은 것이 문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 학교의 이름은 많은 사람의 놀림감이 됐고 이 이름을 둘러싼 우스갯 소리는 끝이 없을 정도. 이 학교 학생들과 동문들은 학교 이름을 둘러싼 숱한 농담을 묵묵히 견뎌 왔지만 최근들어 이 학교 이사회는 교명에서 `더머'를 빼기로 결정했다. 아직 새 교명이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기존의 이름에서 `더머'를 빼고 `총독 아카데미'로 하는 방안등이 거론되고 있다. 댄 모건 이사회 의장은 학교 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이름이 특히 처음 들었을 때 합당한 인식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개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1763년 설립된 이 학교의 첫 교명은 `더머 자선학교'였다가 `더머 아카데미'를거쳐 `더머 총독 아카데미'로 변해 왔지만 학교 설립의 결정적 공로자인 `더머'의 이름은 제외된 적이 없다. 242년간 이어져온 학교 이름의 핵심을 바꾸겠다는 방침에 대해 일부 동문과 학생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학교에는 항의 서한과 e-메일이 쇄도했고 일부 동문은 재정적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이사회는 좀더 시간을 갖고 학생들과 동문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 기회에 놀림감이 돼온 학교 이름을 꼭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학교 이사회는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지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