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베이징시 중심가의 톈안먼 광장에서는 "자유가 아니면죽음을 달라"고 외치던 학생들의 함성이 진동했다. 당시 학생들은 민주화운동의 추진체였고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같은 엘리트들의 중심지는 단식투쟁과 행진,시위로 뒤덮였다. 민주화운동을 지지했던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사망한 지금의 대학캠퍼스는 조용하다. 학생들은 춘제(春節.설)를 맞아 대부분 고향으로 내려가 버렸다. 베이징 대학의 온라인 게시판에 일부 학생들이 글을 올렸지만 대부분 간략하고내용도 완곡한 것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혁명의 열기가 사라져 버린 데는 학생들이 자오쯔양에 대해서거의 모른다는 사실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가택연금돼 있던 자오쯔양은 역사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제거된 것이다. 한때 스파이스 걸스의 팬으로 라틴 댄스 배우는데 열중하고 있는 비비 린(23)은자오의 죽음 후 온라인에서 그에 대해 알아봐야 했을 정도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털어놓았다. 반면 자오가 모습을 감춘지 2주후에 톈안먼 광장에 탱크가 진입해 수백명 어쩌면 수천명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희생됐던 당시의 사태는 언론인 주홍처럼 시위에 가담했던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에게 이상주의는 끝장이 났던 것이다. 주홍은 "당시 사람들의 목표는 하나였으며 당과 지도부, 나라를 더 좋게 만들자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중국사회는 파편화됐으며 그들의 삶은 나와 아무 관계도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떤 희망도 걸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요즈음 학생들은 선배들의 이상주의가 순진하며 오도된 것이라고 생각하는경향도 있다. 신문방송학도인 제니 주(23)는 자기 또래들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좀더 성숙하기 때문에 거리에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것이다. 제니 주는 "우리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슨 말이든 할 정도로 어리지 않다"고 말했다. 제니 주는 톈안먼 광장에서의 인명 피해에 대해서는 규탄하지만 당시 학생들의방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지금의 중국 사회에 만족스럽지 않은 면도 있지만 공산당 지도부가 인민을 위해일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그는 "시골 출신으로 중국이 많이 변했음을 내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전보다 자유도 많이 누리고 있다"며 "정부는 최선을 다해왔으며 나 자신과 나의 미래,국가에대해 낙관한다"고 말했다. 제니 주의 학과 친구인 비비는 제니 주의 이같은 말에 덧붙여 "항의할 필요를느끼지 못하며 실제로 항의할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친구인 알렌 옌(30)은 30시간 동안 잠도 못자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느라 피곤해 보이는 눈빛으로 거들었다. 이상을 위해 항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며 자신들 세대 대다수가 그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나같은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보다는 좀더 잘 살고 경제적으로 나아지는데 신경을 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배들도 이미 이같은 경향을 알고있다. 베이징 외국어대학 교수인 텡지멩은 요즘 학생들이 "중국 역사상 가장 냉담하고 무관심한 세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현실이며 중국 역사상 이런 적이 없었다"면서 "일반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사람들이 만족하고 순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년전 톈안먼 사건은 중국을 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이를 기억하기에는)너무 어린 사람들로 갈라 놓았다. 유혈사태를 목격한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지만 당의 사고방식으로 교육받은 그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 안정으로 인한 경제적 성과는인명의 손실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지닌것 같다고 BBC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maroon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