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취임사를 통해 집권 2기 정책의 화두로 '자유'와 '미국의 단결'을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에서 자유가 유지되기 위해선 다른 나라의 자유 유지가 성공해야 한다"며 "세계 평화를 위한 최선의 희망은 전세계에 자유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힘에 기반한 외교 노선을 다소 수정,도덕적 정당성을 전면에 내세워 테러와 독재권력의 위협에 대처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민 통합을 이루며 자유주의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 자유의 증진=부시 대통령은 "자유야말로 미국을 단결시키는 대의명분이며 전세계에 희망을 주고 우리를 미래의 평화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저 별들 너머로부터 자유를 위해 일어서라는 소명을 받았고 미국은 언제나 그에 충실할 것"이라며 "미국민은 시선을 위로 향해 미래와 조국을 위해 성취해야 할 위대한 목표를 응시할 것이며 나는 이를 실천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한 것은 집권 1기 일방주의 외교로 생긴 갈등을 치유하고 협력을 강화해 반(反)부시 정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과거 '악의 축'의 개념에는 필요할 경우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내포돼 있었지만 자유의 확산은 도덕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일방적 평화 추구에서 벗어나,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렇다고 미국이 불량국가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자유 확대=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도 자유 증진이 핵심 과제다. 부시 2기 내각은 △사회보장제도의 부분 민영화 △세제 단순화를 통한 감세 △기업활력을 가로막는 과도한 소송제한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경제 주체의 선택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정책을 통해 주인의식을 고취시켜 무역·재정적자를 해소하고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모두 정부 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쌍둥이 적자가 더 커져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8% 떨어졌지만 11월 수출은 늘지 않고 오히려 2.3% 줄었다. 물론 외국 자본이 꾸준히 들어오고 미국의 금융시스템도 탄탄하기 때문에 적자 부담을 견딜 수 있다는 낙관론이 아직은 우세하다. 미국은 또 자유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한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지지도 속 기대는 높아=부시는 최근 연임한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49%의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집권 2기에 대해 희망적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은 60%였고 53%는 총선 이후 이라크 정국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인의 80%는 경제사정이 나아지거나 같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계적으로는 부시 대통령 재선에 대해 58%가 부정적이었고 26%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김남국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