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군중시위가 수일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국이 더욱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24일 우크라이나 선관위는 최종 집계 결과 여당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가 49.53%를 득표,46.66%를 얻은 야당의 유시첸코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시첸코 후보는 "중앙선관위의 불법적 결정이 우크라이나를 내전 위기로 몰고 있다"면서 "전 국민의 정치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의 지지자들은 모든 도로와 철도,공항을 점거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양측 시위대 간의 유혈충돌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단순한 선거 부정보다는 뿌리 깊은 반목에 기인한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경제적으로 동서로 갈라져 있다. 수세기동안 동·서로 분단돼왔고 1차 세계대전 후 서쪽은 폴란드가,동쪽과 중앙은 소련이 각각 지배해왔다. 1945년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됐다 지난 91년 독립했으나 독립 후에도 서쪽에는 우크라이나 말을 쓰는 가톨릭 신자들이,동쪽에는 러시아 말을 쓰는 러시아 정교도들이 각각 거주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동쪽의 공업화된 지역에서는 90% 이상이 친 러시아 경향의 여당 후보 야누코비치를,서쪽은 90% 이상이 친 서방 쪽인 유시첸코를 각각 지지했다. 동쪽의 공업도시 도네츠크 출신 야누코비치는 현 대통령 레오니드 쿠츠마와 도네츠크 지역 철강재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반면 유시첸코 후보는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서부지역과 미국 유럽의 지지를 받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를 합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야누코비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서방측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양대국이 우크라이나 대선에 입김을 넣고 있는 것은 이곳이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 요충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철광석 석탄 망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해 소련 시절 전체 산업생산의 25%,군수산업의 40%,농업생산의 절반가량을 담당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