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혼수 상태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비축해 둔 막대한 개인 자산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되살아나고 있다. 미 CBS 방송은 지난해 11월 자치정부 재무부가 고용한 짐 프린스와 미국인 회계사들이 아라파트 수반의 장부를 조사한 결과, 그가 10억달러 가까운 개인 자금을 몰래 비축해 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프린스는 당시 아라파트 수반의 재산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세금 등 공공 자금에서 나온 것이며 사실상 그 중 한푼도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클린턴 행정부의 중동 문제 수석 보좌관이었던 마틴 인다이크는 아라파트 수반이 또다른 10억 달러를 이스라엘인들의 도움으로 모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오슬로 협정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판매세는 이스라엘이 거둬들여 팔레스타인 재무부에 넘겨주도록 돼 있었으나 인다이크는 "이 돈이 아라파트 수반의 은행 계좌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도 지난해 11월 아라파트 수반이 세수와 각국에서 온 기부금으로 조성한 10억-30억달러를 팔레스타인 투자기금(PIF)을 통해 세계 여러 회사들과 각종 펀드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또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지난 8월 팔레스타인 국민기금 의장으로 12년간 재직했던 측근인 자위드 알-구세인이 아라파트 수반의 계좌에 수십억달러가 들어 있음을 폭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구세인은 당시 아라파트 수반이 사무실에 보관하는 현금 가방에서 돈 다발을꺼내 경호원에게 자신이 지원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하는 특이한 방법으로 현금을 지출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측근의 폭로와 비밀 자금이 수십억달러에 이른다는 보도들이 잇따라 수년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아라파트 수반의 축재 혐의에 대한 실상이 차츰 드러났으나 그가이 비밀 자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가 계좌 정보를 부인 수하(41) 여사나 자치정부 권력이양에 돌입한 아흐마드쿠라이 총리 등 주변 인물들에게 넘겼는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처분했는지 추측만무성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