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라고 불리는 워싱턴 지하철에서 3일 낮(한국시간) 영화에서나 봄 직한 열차 충돌 사고로 20명이 다쳤다. 빠른 속도로 후진한 열차가 역구내에 정차해 있던 열차 맨 앞 차량의 지붕을 3분의 1 정도 올라탈 정도로 큰 충돌이었지만 다행히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정차해 있던 열차 기관사의 기민한 대응 덕분이었다. 이 사고의 중대성은 지하철이 무엇보다 앞선 열차가 후진해 뒷 열차와 충돌하는것을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둔 자동제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이것이 작동하지 않았고 2중 안전장치로 기관사가 비상 작동할 수 있는 수동 브레이크마저 소용이없었다는 데 있다. 4일 워싱턴 포스트와 AP통신은 "지하철엔 열차가 마주 보고 달리거나 가던 방향을 거꾸로 돌려 후진하지 못하도록 완전 자동제어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는 지하철 설계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지하철 전문가의 말을 인용, 지하철 사고의 특이성에 주목했다. 지하철 관계자들은 열차에 장착돼 있던 후진 방지 전자 장치가 작동, 브레이크에 신호를 보냈으나 브레이크 감응 장치가 꺼져 있었거나 고장나 있었을 가능성, 그리고 운행 경력이 10개월인 사고 열차 기관사의 수동 브레이크 작동 시도 여부 등을조사중이다. 이 사고는 워싱턴 시내 국립동물원 인근 지하철 지하역에서 운휴 열차가 승객을태우지 않고 다음 역으로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선 후 경사 4도의 가파른 선로를 600m가량 후진, 승객을 태우기 위해 서 있던 열차를 시속 30마일(48km) 정도로 들이받아일어났다. 정차 열차엔 100명 정도 승객이 타고 있었으나 기관사가 후진 열차의 빨간 불빛이 점점 크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 이상을 직감하고 "빨리 피하라"고 외친 덕분에피해가 줄어들었다. 충돌 순간 좁은 지하철 역구내에선 굉음과 함께 까만 흙먼지가 치솟고 승객들의비명까지 겹쳐 아비규환을 이뤘다. 승객들은 당초 테러 공격인 줄 알았으나 지하철 당국은 테러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