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3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재선 확정 소식에 공식 외교 발언상으로 대체로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이라크 전쟁 수행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중남미일반 시민들은 안그래도 지난 10여년간 수행된 미국 지원하의 자유시장 경제 정책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초래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내심 떨떠름한 분위기를 좀처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 라 나시온이 아르헨 국민을 대상으로 부시 재선의 영향을묻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38%로 긍정적 영향을줄 것이라는 답변(17%)보다 2배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정책을 책임진 정부 당국자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같은 차이는현재 중남미 정부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정부로서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 반감이 엄청나다는 점을 알면서도 경제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경제교류 확대가 중요하고, 따라서 그래도 무역 면에서 `덜 보호주의적'인 부시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과 교분이 두터운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리오그룹 중남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향하던 중 파나마에 중간 기착한상태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선을 축하하고 멕시코를 방문해달라는 초청의사까지 밝혔다. 멕시코인들의 미국내 합법 이민이 최대 현안인 멕시코로서는 불법이민자들의 한시적 체류 조치를 제안한 바 있는 부시 대통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 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이라크에 자국 군대를 파병했던 도미니카공화국,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그리고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이티 임시정부 등 중미ㆍ카리브해 대부분 국가들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열렬한 환영을 보냈다. 여기에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지금도 이라크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토니 사카 대통령이 부시 재선과 관련해 "자유무역협정(FTA)이 중미에는매우 중요하고 이젠 현실로 실현될 것"이라고 밝힌데서도 드러나지만 경제ㆍ재정지원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 정부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구축에 제동을 걸어온 브라질 좌파정부는"좋은 관계를 유지하자"고 일단 환영 및 협력 의사를 피력했다.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은 이날 브라질-중국 교역 강화를 위한 회의를마친후 부시 대통령 재선과 관련해 상황이 "더 좋아질 것도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면서 브라질과 미국간 관계는 부시 대통령의 이전 집권 기간과 같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링 장관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부시 행정부 간관계가 교역 등에서 일부 분쟁이 있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중남미 국가 정상들 중 상당수가 리오그룹 정상회담을 위해 브라질방문 길에 있는 탓도 있겠지만, 폭스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으로 부시 대통령재선과 관련해 중남미 주요국 정상들이 축전을 전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편 부시 행정부의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 강화를 강력 비난해온 쿠바 정부는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호전주의적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특히 쿠바의 프렌사 라티나 통신은 워싱턴 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플로리다주 선거과정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 투표 문제점을 비롯해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 주정부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을 위협하는선거운동을 펼친 혐의에 대해 민주당이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란마는 또 플로리다내 케리 후보 지지 성향 지역 주민 5천8천명의 우송 투표용지가 사라졌다는 점이 미국 일간지 마이애미 헤럴드에 의해 확인됐다며 부시 진영에 대해 부정투표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이같은 중남미 반응에 대해 분석가들은 전통적으로 중남미를 자신의 `안마당'으로 여기며 군사개입 등 일방적 정책을 일삼아온 것으로 비난받는 미국의 대(對) 중남미 정책이 부시 재선 이후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배경으로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