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도 9.11 테러공격과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미 국민의 뇌리에 심었기 때문이다. 부시의 승리는 이라크의 전후 혼란 지속과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실패, 일자리창출 부진 등 국내외적인 당면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국민이 전시에지도자를 바꾸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면 민주당의 존 케리 대통령후보는 대테러전과 이라크전, 건강보험 등 국내외 문제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책임론을 국민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데 실패한것이 최대의 패인으로 꼽힌다. 부시 대통령은 이밖에도 낙태와 동성애 문제 등 사회문제를 부각시켜 가톨릭과개신교 등 종교적 보수표를 결집하는데 성공한 반면, 케리 후보는 자신이 대테러전을 이끌 강력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보수표 결집 =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표를 결집하는데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투표 때 공화당은 오리건과 미시간 등 11개주(州)에서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으로 다시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헌법개정안에 대한주민투표를 함께 실시했다. 민주당은 이것을 선거일에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더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공화당은 또 이라크전을 이슬람권에 대한 일종의 '십자군전쟁'으로 의식하는 사람들과 낙태, 동성결혼에 강력히 반대하는 보수적 유권자 등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케리 비난 전략 = 부시 선거팀은 이번 선거를 부시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케리후보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자리 증가 부진과 건강보험, 처방약 수입 문제, 재정적자 누적등 국내문제와 이라크 전후 혼란 계속, 대테러전 부진 등 대외문제에서 케리팀의 공격을 받았으나 이를 잘 받아냈다. 부시팀은 국가안보에 대한 자신의 전시 대통령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케리가 특정 이슈들에 대해 입장이 수시로 변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데 주력했다. 부시팀은 예컨대 케리가 이라크의 전후 혼란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평화에 대한계획도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비난하자 부시팀은 케리가 처음에는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다가 나중에는 그것을 비난했다고 반격했다. 전시에 대통령을 바꾸지 않는다는 미국 유권자들의 경향에 더 효과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케리의 전략 실패 = 이번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이 상ㆍ하 양원과 백악관, 사법부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됐지만 케리측은 현 상황에 대한 공화당의책임을 강력히 추궁하는데 실패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이번 대선은 지난 1980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이후 25년만에 한 정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실시됐다. 또 공화당은 1928년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대선에 돌입했다. 이같은 상황은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현 상황을 옹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그 자신은 현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애쓰는 상황이 됐어야 함에도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민주당측은 막상 이번 선거에서 이같은 공화당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을별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정당의 기록이나 메시지 보다는 양 후보 간의 인신공격이나 30여년전의 베트남전 기록 등을 둘러싼 논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