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를 전면금지하는 방안과 치료 목적의복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유엔 회원국들이 열띤 토의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치료 목적의 복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 인간복제 금지 여부에 관한 국제사회의 합의 도출을 위한유엔의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유엔의 법제, 사법위원회 격인 총회 6위원회는 21일 미국과 가톨릭 국가, 일부개발도상국들이 주축이 돼 마련한 복제 전면금지안(`코스타리카안')과 한국과 유럽국가들이 제시한 치료적 복제 허용안(`벨기에 안')을 두고 찬반 토론을 전개했다. 토의에 나선 국가의 대표들 가운데 대부분은 인간을 똑같이 복제하는 생식 복제의 제재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치료목적 복제도 함께 금지해야 할것인지를 둘러싼 견해는 첨예하게 엇갈렸다. 한국을 대표해 연설한 주유엔대표부 한명재 참사관은 "한국은 불치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치료목적 복제의 엄청난 가능성에주목하고 있다"면서 "인간 복제의 윤리적 측면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모든 형태의 복제에 대한 전면금지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 참사관은 "생식 복제와 치료목적의 복제는 엄격히 구분돼야 하며 생식 복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져 이른바 `우발적인 인간복제' 우려는 기우에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 참사관은 그러나 `코스타리카안'과 `벨기에안'이 첨예하게 맞서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집행가능한 인간복제 관련 국제 규제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에 관한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참사관은 이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이견을 해소하고 인간복제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내년중 복제에 관한 국제 과학회의를 개최할 것과 유엔 사무국에 각 유엔회원국의 관련법률 및 규제를 조사토록 할 것을 제안했다. 한 참사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복제를 둘러싼 유엔내 의견은 거의 완전히 반분돼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표결을 통해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반쪽 진영만 참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로서는 복제연구 전면금지를 막는 것 못지 않게이 문제에 관해 국제사회의 이견을 가능한한 줄이는 것도 중요해 국제 과학회의와각국 실태조사를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복제 전면금지안을 제안한 코스타리카의 로베르토 토바르 외무장관은"의료 과학의 발전은 장려할만한 일이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윤리적 한계가 있어야한다"면서 "인간복제는 똑같은 사람을 복제할 목적이건 과학적 실험의 목적이건 간에 인간을 한낱 산업생산이나 조작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토바르 장관은 따라서 생식 복제는 물론 "치료목적 복제에서 흔히 행해진 것처럼 과학적 실험을 위해 파괴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인간 배아를 만드는 것도 용납될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토바르 장관은 "인간 배아와 태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간에는 아무런 차이가없다"면서 "어떻게 가장 초기 단계의 인간을 단지 몇사람의 과학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파괴하도록 허용할 수 있는가"고 목청을 높였다. 토바르 장관은 "성체 줄기 세포연구로도 치료목적 복제를 통해 치유할 수 있는병을 고칠 수 있음이 입증됐고 이 같은 연구에는 어떠한 윤리적, 법적 문제도 없다"고 강조해 복제보다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주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의에는 모두 26개국이 참가해 발언했으며 이 가운데 `전면적 복제 금지'입장을 명확히 밝힌 국가는 코스타리카와 역시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 파나마, 유엔 옵서버 회원국인 교황청 등 4개국에 불과했다. 나머지 국가들 가운데 한국과 벨기에는 물론 영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등은 치료적 복제는 허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슬람국가기구(OIC)를 대표한 터키와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를 대표한 보츠와나 등은 명확한 입장표명을유보한 채 국제사회의 합의 형성을 강조했다. 전면 금지안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이날 발언하지 않았지만 이틀째인 22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토의 후 코스타리카와 벨기에가 각각 제안한 결의안을 두고표결을 벌일 지는 불확실하지만 한 참사관은 "양측이 다 준비가 안돼 있어 표결은뒤로 미루고 실무 위원회를 결성해 논의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아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복제 금지에 관한 의견을 요구받고 "이는 유엔 회원국들이 결정할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는 치료목적 복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황우석 서울대 석과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 외교사절들에게치료목적 복제의 의미와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6월 열린 학술 포럼을 거론하면서 "당시 강연을 통해 치료목적 복제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가명확히 조명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