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과 부통령, 224명의 상.하원의원및 1만7천명의 지방공무원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10일 오전 7시부터 필리핀 전역에서일제히 실시됐다. 경제난과 과격 이슬람 무장조직 등에 의한 테러위협설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실시된 이번 선거에는 4천300여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80% 이상이 전국 23만여개의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것으로 선거 관측통들은 내다봤다. 정확한 투표율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선관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투표율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 것은 앞으로 6년 동안 국정을 이끌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으로 현 대통령인 글로리아 아로요(57.여)와 영화배우 출신인페르디난도 포 2세(64) 등 모두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여권후보로 나선 아로요가 전체 응답자 가운데 37%의지지를 획득, 30%에 머문 포후보보다 7%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나 당선이 유력시된다고 관측통들은 전했다. 미 조지타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아로요는 사회복지부장관, 상원의원, 부통령,대통령 등 다양한 국정경험을 내세워 시급한 경제난 해결과 정치개혁 및 국민화해등에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날 고향인 북주 팜팡가 주의 루바오시에서 투표를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의 장래는 이번 선거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선거는 권력을 평준화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승리를 장담했다. 반면 고등학교 중퇴학력에 서민층 지지기반이 강한 포후보는 집권시 일자리 창출 확대와 부의 배분, 정치.행정개혁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포후보는 투표 직후 가진 즉석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아로요에게 뒤지고있음을 의식한 탓인지 "누구를 선출할런 지는 오직 국민들의 몫"이라면서 더이상의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한편 필리핀 군경은 과격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제마 이슬라미야(JI)나 아부 사야프 조직에 의한 선거방해 시도를 분쇄하기 위해 수도 마닐라와 이슬람 세력의 근거지인 남부 민다나오 등지에서특별경계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마닐라에는 이슬람조직에 의한 테러 위협과 함께 포후보의 낙선시 열성 지지자들이 현정권에 불만을 품은 일부 군인들과 함께 투표를 방해하거나 무장봉기를기도할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1만7천여명의 군경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있다고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밝혔다. 또 카톨릭 교단측도 선거방해 기도를 경고하면서 성직자들이 민주주의 수호에나설 것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선거를 위한 국가운동(NAMFREL)단체도 30만명의 선거감시인단을 구성해 전국 투표장에 배치했다. 그러나 선거 개시 직전인 이날 새벽에도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585㎞ 떨어진동(東)사마르 주의 타프트시의 관공서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으며, 전날 자정에는마닐라 외곽 카루칸 지역에서 시장선거에 나선 출마자의 선거운동본부에 수류탄이투척돼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또 9일 밤 남부 잠보앙가 델 노르테주에서는 몇차례의 매복공격으로 6명이 숨지고, 안티케와 카피즈주에서는 지방공무원 지자자 2명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지난이틀 동안 최소한 10명이 숨졌다고 군경이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선거와 관련된 폭력사태로 최소 92명이 숨진것으로 나타나는 등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군경은 덧붙였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측은 수작업을 통한 검표작업 과정 때문에 최종 당락 여부가 최소한 15일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한 반면 일부 여론조사기관은 빠르면 11-12일출구조사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