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야전교범 34-52'의 마지막 몇 페이지에보면 미군이 수용할 수 있는 20가지의 재소자 심문기술이 나와 있다. `감성적 사랑'과 `감성적 증오'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자존심'이나 `수치심'을 자극해 자백을 받아내는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정공법' 정도로 해석되는 직접적 접근법(direct approach)이며 미군이 이라크에서 사용한 방법은 이 교범에서 전혀 언급돼있지 않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6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지난 1987년 5월8일에 발간된 교범 최신판은 직접적 접근법을 죄인에게 어떠한강요도 하지 않고 직접 질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범에 따르면 "직접적 접근법은 때로는 접근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모든 접근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직접적 접근법은 2차대전 당시에 85-95%, 베트남전 당시에는 90-95%의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대(對)테러전과 이라크전에서 직접적 접근법은 가끔씩 감당할 수 없는저항에 봉착했으며, 미군 수사관들은 결국 죄수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교범에도없는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고 군 수사 전문가들이 밝혔다. 전직 군 수사관 출신으로 현재 사법관리 등을 대상으로 강습회를 운영하는 마이크 리츠는 지금도 여전히 육군 정보학교에서 참고용 책자로 사용되고 있는 `야전교범 34-52'에 대해 "아주 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기법은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라고 밝히고 "그것은 교범을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는 방식이며, 이해할 수 있는여지가 있긴 하지만 자주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군의 심문기법 변화와 관련, 일부 재소자 인권운동가나 전직 군 수사관들은 9.11 테러사태 이후 심문기술이 다소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이들은 이같은 심문기법의 변화로 최근에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두건으로얼굴이 가려지거나 발가벗긴 재소자들의 사진에서 나타난 것 처럼 일부 비인간적인기술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카에다 요원인 아부 주바이다의 심문 과정에서는 죄수들을 장기간 섬광전구에 노출시키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강제로 듣게 하고 또는 불편한 자세로 수갑을채워놓는 등의 심문기법도 사용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6명의 미군이 포로학대 협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될 예정인 가운데 미군수용소 총감독관 제프리 밀러 소장은 9.11 사태 이후 미군이 사용해 온 일부 심문기술을 이라크의 모든 포로 수용소에서 금지할 것이라고 이번주에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더 이상 죄수들에게 두건을 씌우지 않을 것이며 스트레스를 가하는 자세나 잠을 재우지 않는 심문기법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규정에 대한 예외는 자신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