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거짓말을 하지 마라. 증거 인멸 시도도 안된다. 대신 아무 말도 하지 마라.침묵이 금이다." 최근 미국의 기업인들이나 월가의 내로라하는 분석가들이 잇따라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이같은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검찰은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화이트 칼라 범행의 복잡한 속성을 감안,사건의 본질보다는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사법 방해나 위증으로 몰고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90년대 월가 최고의 애널리스트였던 CSFB의 프랭크 쿼트론이 지난 4일 유죄평결을 받은 혐의도 사법 방해였다. 그는 당초 기업공개 과정에서 주식을 부당하게 배분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정작 유죄가 입증된 혐의는 관련 서류를 파기하라는 이메일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자 사설에서 검찰은 쿼트론에 대한 수개월간의 심리에서 주식 부당 배분이라는 투자은행 업무관련 범행을 입증하지 못하자 서류 파기를 사악한 시도로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여성 기업인으로 주목받던 마사 스튜어트가 기소된 것도 거짓말 때문이었다. 스튜어트는 당초 생명공학회사인 임클론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각,부당 내부 거래 혐의로 제소됐지만 수사 과정에서 부당 내부 거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에 주식 매각 이유를 거짓으로 설명했다는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이 2년 전 몰락한 것도 수사의 단초였던 에너지 회사 엔론의 회계 감사 자체가 아니라 관련 서류를 파기한 것 때문이었다. 배심원들은 엔론과 관련된 서류를 파기함으로써 사법부의 수사를 방해했다고 유죄 평결을 내렸다. 연방 검사였던 오린 스나이더 변호사는 이같은 화이트 칼라 범죄와 관련,"배심원들은 아무리 돈이 많고 권한이 센 기업인이라고 하더라도 사법 당국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사건을 보면 수사에 협조하라는 검찰의 경고는 이해하지만 변호사를 고용해서 무죄를 입증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아무런 말을 하지 말라는 교훈이나 주고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꼬았다. 뉴욕=고광원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