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아자리야 자치공화국이 3일 중앙 정부의 무장 해제 요구 최후 통첩을 전면 거부, 전운이고조되고 있다. 아자리야 자치공(共) 지도자인 아슬란 아바쉬제는 향후 10일 안에 무장을 해제하라는 미하일 사카쉬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최후 통첩을 이날 일축했다고 러시아언론이 보도했다. 아바쉬제는 "열흘 안에 무기를 버리라는 사카쉬빌리 대통령 요구를 충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후 통첩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전쟁도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병대들에 그루지야와 국경 지역에 대한 순찰 강화를 지시하는 등 일전불사 방침을 재차 다졌다.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앞서 2일 "아자리야 지도부가 10일 안에 항복하지 않으면축출하겠다"면서 "나는 다시 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바쉬제 지도자가 그루지야헌법을 따르고 법과 인권 위반을 중단하며, 군축 절차를 시작하도록 10일 간의 말미를 주겠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는 "아자리야 지도부가 10일 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들을 사용할 것"이라며 "우리는 석기 시대에 살고 있지 않으며, 훈련받은부대들이 필요하면 해상으로부터 아자리야 자치공으로 진격할 수 있다"고 무력 제재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아자리야는 앞서 중앙 정부가 인근 지역에서 창군 이래 최대 규모 군사 훈련을벌이는 것을 빌미로 그루지야와 통하는 촐로키 강 교량 3개를 모두 폭파하고 승용차와 트럭 등 모든 차량의 통행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이 내전 위기로 발전했다. 아바쉬제는 당시 "일부 중앙 정부 부대가 최근 국경에서 1㎞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자리야를 무력 공격하기 위한 준비"라고 주장했다. 그루지야-아자리야 간 갈등이 이처럼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한 퇴역장성이 아자리야 민병대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불똥이 러시아에까지 튀는 양상이다. 그루지야 보안 당국은 러시아 장군 출신인 유리 네트카초프가 아자리야 민병 조직을 비밀리에 훈련시키고 있으며, 촐로키 강 다리 폭파를 지시한 것도 바로 네트카초프라고 비난하고 있다. 1991년 그루지야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사실상 독립 상태를 유지해온 아자리야 자치공은 사카쉬빌리 대통령 취임 후에도 독립 노선을 굽히지 않아 마찰을빚고 있으며, 러시아도 그루지야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아자리야를 은근히 지원해 양측 갈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그루지야-아자리야 갈등이 자칫 내전으로 비화돼 카스피해 원유를 지중해로 뽑아내기 위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그루지야 트빌리시, 터키 세이한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