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두바이유가 41개월만에 배럴당 32달러를넘어서며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이달 중순부터 유가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이 완전히빗나간 것이다. 이에따라 철강, 옥수수, 밀 등 각종 원자재값 상승에 시달려온 국내 경제는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으며 항공, 화학 등 수출 및 에너지 다소비업체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유가 연일 급등 =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 현지에서 거래된 중동산두바이유는 지난 9일보다 0.71달러나 급등한 32.09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밴드제가 도입된 2000년 11월 13일 32.95달러이후 처음으로 32달러선을 상향 돌파하며 41개월만에 최고가를 나타낸 것이다. 두바이유의 10일 이동평균치는 30.37달러, 20일 이동 평균치는 30.77달러까지치솟았다.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0.55달러 상승한 37.76달러로 38달러선에 한발 다가섰고 북해산 브렌트유도 34.30달러로 0.64달러 뛰었다. WTI는 지난달 19일 37.99달러, 브렌트유는 지난달 23일 34.26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에따라 현물 유가는 작년 평균가 대비 두바이유 5.30달러, 브렌트유 5.32달러,WTI 6.65달러 높아졌고 유가 강세가 두드러졌던 지난달보다 두바이유 1.24달러, 브렌트 0.78달러, WTI 1.08달러 상승했다. 선물시장의 유가 강세도 이어져 뉴욕상품시장(NYMEX)의 WTI 5월물 선물가격은 0.70달러 오른 37.84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 배경 = 지난달 3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이행 결정이후배럴달 2달러 이상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지난 7일부터. 이후 국제유가는 부활절 연휴를 빼고 나흘연속 상승하며 오히려 OPEC 총회전 수준보다 배럴당 2.08-2.15달러나 급등했다. 이날 유가 상승은 이라크 강경단체의 잇단 외국인 억류로 석유안보 우려감이 고조되는 데다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로 미국의 원유재고가 감소하는 등 수급 불안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올해 세계 석유수요가 아시아 수요증대(하루 96만배럴)와 미국의 경제회복으로 작년대비 하루 170만배럴(2.1%) 증가한 8천30만배럴에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의 석유수요는 작년대비 12.8% 늘어나 일일 소비량이 619만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정유사들에 대한 수출물량을 내달부터 늘리고 미국으로의 공급물량도 예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승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망 = OPEC 총회 직후 유가 하락을 점쳤던 석유공사는 최근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지금같은 추세라면 26-28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2.4분기 유가는 30-35달러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만일 우려대로 이라크 내전이 확대된다면 유가 상승세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 팀장은 "지금 문제는 수급이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이라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 유가하락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염려했다. 이에따라 수출호조를 바탕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여가던 국내 경제는 각종원자재가격 상승에 유가 부담까지 겹쳐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기업들도 원가부담 가중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유가 내림세를 예상했던 산업자원부는 "아직 수급문제는 불거지지 않아 10일이동 평균치가 32달러를 넘어서지 않는 한 현재 추진중인 자발적 에너지소비절약외에 추가적인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