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일본 민간인 3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자신들의 단체이름을 `사라야 무자헤딘'(성(聖)전사부대)이라고 밝힌 무장단체가 8일 저녁(일본시간) `3일 이내에 이라크에서 자위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3명을 태워 죽이겠다'는 내용의 아랍어 성명과 함께 3명의 모습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카타르의 위성 TV 알자지라에 보내왔다. 알 자지라는 이날 밤 이라크 무장단체가 일본인 3명을 구속했다면서 "자위대가3일내에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경고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했다. 알 자지라 방송 바그다드 지국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비디오는 도하에 있는 알자지라 본사로 배달됐다고 밝혔다. 비디오에는 눈이 가려진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실내 바닥에 앉아 있는 가운데뒤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납치단체 관계자의 모습이 담겨 있고 여권 등 3명의 신원을 보여주는 자료도 보여줬다. 납치된 사람은 시민운동가인 이마이 노리아키(今井紀明.18),자원봉사자인 다카도 나호코(高遠菜穗子. 34), 포토 저널리스트인 고오리야마 소이치로(郡山總一郞.32)등 3명으로 확인됐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8일 밤 기자회견에서 "용서할 수 없는 행위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자위대는 인도.재건지원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철수할이유가 없다"고 말해 이번 사건에도 불구,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TV로 피랍자를 지켜본 시민운동가 이마이의 어머니 나오코(直子.51)씨는 "아들이 틀림없다"면서 "아들은 자위대 파견에 반대했다. 자위대가 철수했으면 좋겠다"고말했다. 이마이씨의 형에 따르면 동생은 지난 4일 출국했으며 7일 오전 3시 요르단 암만에서 이번에 같이 피랍된 다카도, 고오리야마씨와 함께 바드다드로 들어간다는 메일을 보내온 후 소식이 끊겼다. ▲일본정부 대응= 일본인 피랍소식이 전해진 후 일본 정부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고이즈미(小泉) 총리는 시내에서 여당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중 보고를 받고 급히 관저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 조금 지나 일단 퇴근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이 급히 총리관저로 돌아온데 이어 방위청, 외무성 관계자들도 입을 굳게 다문채 황급히 총리관저로 들어가는 모습이 언론에 목격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를 총괄지휘하기 위한 정부대책실을 총리관저에 설치했으며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외무 부대신을 현지 지휘자로 임명, 9일 아침 나리타(成田)발 항공편으로 요르단에 급파했다. 후쿠다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보도대로라면 용서하기 어려운 분노를 느낀다"면서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위대는 "인도.재건지원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도불구, 철수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심야대책회의에서 자위대 철수요구를 거부하는 한편 피랍 일본인구출을 위해 억류장소 수색과 구출 등에 미국의 협조를 요청키로 결정했다. 방위청도 본부 간부와 각 자위대 지휘부가 황급히 청사로 나와 외무성 등 관계부처 및 이라크 현지 파견 자위대와 연락을 취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마사키 하지메(先崎一) 육상자위대 막료장은 앞으로의 대응방향을 묻는 질문에"현지 지휘관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외무성도 본부에 대책본부를 설치했으며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은 보도진을 포함, 이라크내에 있는 일본인 민간인에게 이라크를 즉시 떠나라고 거듭 촉구했다. ▲정계 반응=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납치범의 비열한 행동을용서할 수 없다"면서 "즉시 무조건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러나 "자위대 파견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철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후유시바 데쓰조(冬柴鐵三) 간사장은 "인질석방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자위대는 이라크 국민을 적대시하는 행동을 한 일이 없기때문에 철수를 요구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노다(野田)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런 사태를 초래한 자위대 파견을 포함해 사태 타개를 위한 고이즈미 총리의 결단과 책임을 엄중히 따질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중의원 이라크 재건지원특별위원회를 열어 철저히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출장중인 간 나오토(菅直人)대표는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몰라 현단계에서는 논평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담화를 내고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규탄하는 한편 "자위대 파견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날 위험은 처음부터 있었다. 자위대의 신속한 철수를 재차 요구한다"고 말했다. ▲피랍자 신원= 시민운동가인 이마이 노리아키씨는 지난 3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출내기 사회인으로 작년 12월에 시민단체를 설립, 대표에 취임했다. 이라크에서 열화우라늄탄이 원인으로 보이는 질병에 걸린 어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학중 `평화', `환경' 등을 주제로 한 글을 잡지 등에 기고했으며 고교재학중 베트남에서 고엽제 피해의 실상을 알고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알려졌다. 자원봉사자인 다카도 나호코는 작년에 자원봉사자로 이라크에 건너가 바드다드 등지에서 집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을 해왔다. 지난 2월 일시 귀국했을 때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 같이 피랍된 이마이, 고오리야마씨 등과는 암만에 있는 호텔에서 만나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암만을 출발한 것은 7일로 "이마이씨 및 저널리스트와 같이 간다"는 메시지를 띠워 놓았다. 포토 저널리스트인 고오리야마씨는 납치단체가 보낸 비디오에서 여권과 함께 아사히(朝日)신문 출입증이 방송됐다. 아사히신문 자매지인 주간 아사히는 작년 5월고오리야마씨의 이라크 르포를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별 계약으로 아사히에사진을 제공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아사히 신문 홍보부는 그러나 이번 이라크행은 아사히와의 계약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납치단체의 정체 = 후쿠다 관방장관은 범행을 자처한 `사라야 무자헤딘'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단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발 아사히 신문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로 추정되는 이라크 이슬람무장조직의 설립취지서가 3월 17일자로 이슬람 과격파계열의 인터넷에 올라있다. `사라야 무자헤딘'은 25개단체를 거느리고 있는 `이라크해방국민전선'의 하나로설립취지서에 따르면 '마흐무드군', '이슬람저항', 안사르 이슬람' 등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활동해온 주요 그룹의 연합체로 설립됐다. 지도자는 '무산나 하레프 아르다리'로 돼 있다. 조직의 목표는 "이라크를 미국의 점령에서 해방하기 위해 단결하고 미국과 그협력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조직은 지난 2월 중순 팔루자에서 미국 중앙군사령관 차량 행렬을 겨냥한 로켓탄 공격사건에 대해 "사령관을 구속해 사담 후세인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고 수 주 내에 미군이 유괴될 것이라고 납치를 예고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납치 무장단체가 보낸 성명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호의에 대해 당신들은 적의로 응했으며 미국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했다. -.우리도 같은 방법으로 응하겠다. 우리에게 전쟁을 선언한 당신들은 환영받지못한다. -.당신들중 3명을 구속했음을 알린다. 우리 나라에서 (자위대를) 철수시키거나우리가 3명을 태워 죽이든가 둘중 하나다. -.이 비디오가 방영된 날로부터 3일간의 유예를 준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