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사태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 대통령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7일(이하현지시간)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의 발포로 스페인 TV 방송기자 1명을 포함해 최소한6명이 숨졌고 30명 이상 부상했다. 반군 지도자 기 필립 전 카프아이시앵 경찰서장은 이날 유혈 사태 발생후 재무장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해외 망명한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프티옹-빌 지역에서 4시간 정도에 걸쳐 대통령궁을 향해 행진중이던 반대파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이 때문에 스페인 `안테나 3' TV 방송의 리카르도 오르테가 카메라 기자를 포함해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인 언론인 1명도 총격을 받아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포르토프랭스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작된 반대파의 시위에 대항하는 '맞불 시위'를 벌이려 하는 과정에서발포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아리스티드 반대파는 이날 중무장한 미국 해병과 프랑스군의 경호를 받아 대통령궁을 향해 가두행진 시위를 벌이면서 축출된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에 대해 각종부패 혐의와 함께 무장 폭력단을 배후 조종해 살해 행위를 자행한 혐의로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대파 시위자들이 대통령궁 앞에 집결했을 때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이 발포하는모습이 보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다국적 평화유지군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고 말했을 뿐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2구의 시신은 대통령궁 인근에 그대로 남겨졌으며, 아이티 경찰관 2명도 총격을받아 부상했다고 목격자들은 덧붙였다. 미군 해병은 대다수 출혈이 심한 부상자들의치료를 도왔고, 시위 현장 인근의 병원 응급실은 30여명의 부상자들이 긴급히 도착했다. 병원 복도에는 출혈 흔적이 많았다. 이날 험비 차량을 동원한 미군 해병과 군용 트럭 2대에 탑승한 프랑스군 병력은아리스티드 반대 시위자들을 경호했으나 발포가 이뤄진 지역인 국방부 청사 인근 시내 북부 샹 드 마르 광장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군 사령관인 다니엘 르플라트와 대령은 "모든 시위자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위자 한 명은 트럭에 설치된 확성기로 미국 해병을 향해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매일 숨지고 있다"면서 "당신들은 이 사태에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외쳤다. 친정부 시위대를 경호한 미군 해병과 프랑스군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시위 주변 지역에서 정찰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은 반대세력에 맞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혀 1주일전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고 망명한 뒤에도 약탈과 보복으로 소요사태가 계속된 포르트프랭스에 다시 폭력이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은 평화유지군의 보호를 받지 못해 아리스티드 반대세력의 보복 공격을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이날 아리스티드 반대세력과 함께 `맞시위'를 벌이려 했던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의 시위는 아이티 경찰이나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반대세력에 해준 것처럼 똑같은 보호를 해줄 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8일로 재조정돼 유혈충돌 사태 재연이 우려된다. 아리스티드 지지자인 에드나 뒤코스트(23) 씨는 "미국인들은 아리스티드 축출을도운 자들만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면서 "우리가 총을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그들에 대항해 전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레오 베르트랑(27) 씨는 "그들은미사일을 갖고 여기에 왔고 우리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우리대통령을 납치했고 이제 여기서 우리의 자유를 억누르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다국적군은 포르트프랭스 시내 중심가의 바리케이는 제거했지만, 라 살린과 시트 솔렐 등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의 거점 지역에 대한 정찰임무를 피했다. 앞서 아리스티드 반대 시위자들은 가두행진을 벌이면서 시내 곳곳에 있는 아리스티드를 미화한 광고게시판을 떼어내 대통령궁 앞으로 옮겨가 불태웠다. 지지자들은 또 반군 지도자 필립 전 서장을 어깨위로 올리고 "영웅 기 필립, 아무 것도 아닌아리스티드"라고 외쳤다. 아리스티드 집권 시절 쿠데타 모의 혐의로 망명했던 필립 전 카프아이시앵 경찰서장은 이날 자신은 정치적 야심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으나, 유혈 사태 발생후 현지`라디오 비시옹 2000' 방송과 한 회견에서 다시 무기를 잡아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필립은 "어쩔 수 없이 수하 전투원들에게 내려놓은 무기를 다시 지니라는 명령을 곧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0년대초 군사독재 당시 아리스티드 지지자 수천명을 학살한 혐의로 망명상태에서 종신형이 선고된 육군상사 출신 루이 조델 샹블랭(42)도 이날 아리스티드 반대시위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두 사람은 유명 영화배우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반군은 필립의 무장해제 약속에도 불구 무기를 내려놓는 것을 거부해왔다. 미국 해병대는 정찰 과정에서 무장한 아리스티드 지지세력한테 "점령군"이라는 비방을 듣고 있다. 이날 시위를 벌인 아리스티드 반대자들 가운데 일부는 "도움을 주는 것은 좋으나 점령은 안된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아리스티드 반대 시위는 급격히 수천명을늘어났으며, 춤을 추고 시내를 달리면서 "아리스티드를 처벌해 수감하라"는 외치는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새 총리 인선을 책임진 `7인 현인(賢人) 위원회'는 이날 3일째 연속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 관계자들은 오는 9일까지는 새 총리 인선을 끝낼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현재 체류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정부 관리들을 통해 성명을 내고 중아공 관리들의 "잘 보호를 받고 있다"면서, 향후시간을 내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아공 시민들 가운데서는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떠나기를 바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앞서 이날 중아공 라디오 방송은 "아리스티드전 대통령의 체류에 관한 매우 중요한 통보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정부 성명을보도하기도 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