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팔레스타인호텔의 경비를 맡은 미군이 KBS 취재진 3명의 가방에서 폭발물 의심 물질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3시간 가까이 억류했다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미군은 이들이 한국의 저널리스트(언론인)라고 신분을 밝혔음에도 손을 뒤로 묶고 입에 재갈을 채우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한미 정부간 외교논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정창준 기자와 신기호, 강승혁씨 등 KBS 취재진 3명은 6일 오후 5시30분께(현지시간) 팔레스타인호텔 입구로 들어가는 검문소에서 폭발물 탐지견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들은 1개월간의 이라크 파견근무를 끝내고 귀국하기 위해 이날 전세 항공편을이용해 바그다드공항을 거쳐 요르단 암만으로 가려했으나 항공기를 놓치는 바람에그동안 투숙했던 팔레스타인 호텔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미군은 폭발물 탐지견이 이들이 휴대한 가방 주변에 주저앉자 폭발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플라스틱 끈으로 이들의 손을 뒤로 묶은 뒤 폭발물 처리반을 불러 가방을 샅샅이 조사했다. 미군은 폭발물 처리반의 조사결과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계속 묶어 놓은 채 자신들의 근무교대 시간(오후 6시30분)에 맞춰 브래들리 장갑차에 태워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미군기지로 압송했다. 미군은 기지에서 문제의 가방에 대한 정밀검사를 벌인 뒤 아무런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자 억류한 지 3시간 가까이 된 이날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풀어줬다. 정 기자는 "우리는 미군들에게 한국의 저널리스트라고 분명히 밝혔고, 또 현장캡팁(대위)은 우리가 저널리스트임을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길 모퉁이 바닥에꿇어 앉히고 손을 뒤로 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군들이 신 선배(신기호)의 뒷덜미를 잡고 밀고 가길래 `따라갈테니 밀지말라'고 했더니 `한마디만 더하면 재갈 물리겠다'는 식으로 나왔다"며 미군들의 횡포에 분노를 터뜨렸다. 팔레스타인호텔 경비를 맡은 미군은 이날 오전 11시께 요르단 출신의 비정부기구(NGO) 요원 4명의 가방에서도 탐지견에 의해 폭발물 흔적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7시간 넘게 검문소 주변에 억류해 놓고 있다가 자신들의 근무교대 시간에 맞춰 KBS취재진과 함께 본대로 압송했으나 아무런 폭발물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은 KBS 취재진이 미군에 부당하게 억류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한미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군측에 적절한 항의를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바그다드=연합뉴스) 박세진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