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미국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한 존 케리 상원의원을 비롯한 7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가운데 북동부 뉴햄프셔 예선이 이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19일 아이오와주에서 실시된 첫 코커스는 민주당 당원들만이 참석하는 당원들만의 정치행사였다. 그러나 뉴햄프셔주 예선은 민주당원 뿐 아니라 비당원이라 하더라도 선거인 명부에 등록만 하면 예선투표에 참석할 수 있다. 공화당원이라도 유권자명부에 등록하면 예선 투표에 참석할 수 있는 더 개방적 선거라 할 수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당원들이 일정 장소에 모여 정치토론을 거친 뒤 저녁 늦게투표에 나서지만 뉴햄프셔 예선은 일반 선거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투표와 개표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뉴햄프셔 예선은 참여층이 아이오와 당원대회보다 두텁다는 점에서 후보별 유권자의 지지도를 더 확실히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뉴햄프셔 예선은 오는 7월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실시되는 잇단 민주당 예비선거 가운데 사실상첫 예선이라는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물론 지난 13일 수도 워싱턴에서 전례를 깨고 첫 민주당 예비선거가 치러진 게사실. 그러나 워싱턴 예선은 전당대회에 보낼 당원은 전혀 뽑지 않고 단순히 후보만선출했다는 점에서 상징성 이외에 별다른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력주자 가운데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만 참여하고 케리 상원의원을 비롯해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령관 등이 참석하지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 1916년 '미국내 최초의 예비선거'를 실시한 뉴햄프셔주는 1952년 주 선거법을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직접투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이후 뉴햄프셔예선은 공화, 민주 양당의 대선 후보 지명전과 대선 판도에 전통적으로 주요 변수로작용해 왔다. 뉴햄프셔 예선을 하루 앞둔 후보별 판세는 `아이오와의 파란'을 일으킨 케리 의원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케리 의원은 아이오와 승리의 여세를 몰아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의 딘 전 주지사를 크게는 21%, 적게는 11% 정도 앞서고 있다. '케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는 것이다. 뉴햄프셔의 최대 관심은 '케리냐 아니면 이변이냐'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딘 전 주지사는 아이오와 패배의 충격을 딛고 주공 목표를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에서 케리 의원으로 전환하고 "케리 의원은 1991년 걸프전 때는 전쟁에 반대하다가 2002년 이라크전에 찬성한 일관성 없는 정치인"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딘 전 주지사는 케리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이 자신을 "경륜이 부족하고 외교정책에 일관성이없다"고 비판하는데 대해 "일관성이 없는 사람은 케리"라고 반박했다. 이에 케리 의원은 남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딘전 주지사는 자신이 약속한 대로 예선전에서 패배하더라도 이에 승복하고 승자를 지지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뉴햄프셔의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이오와 선거에서 2위로 선전한 에드워즈상원의원과 아이오와를 뛰어넘어 뉴햄프셔 예선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클라크 전사령관과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이 각축을 벌이며 딘 전 주지사를 추격 중이다. 특히 에드워즈 의원은 뉴햄프셔에서도 2위로 선전할 경우, 2월 3일 "슈퍼 화요일 남부 결전'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부동층을 겨냥한 추격전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애드워즈 의원은 남부를 자신의 텃밭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뉴햄프셔 예선에서 누구를 찍을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4-18%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뉴햄프셔 결과는 상승주인 케리 의원은 물론, 딘 전 주지사와클라크 전 사령관, 에드워즈 및 리버맨 상원의원에게 모두 결코 놓쳐서는 안될 한판이 될 것이 확실하다. 어느 후보라도 이번 판에서 물러서면 다시 앞설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