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30일 이란에 대화 의사를 표명했으나 이란 정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양국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덤 이렐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4만여명이 희생된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이란에 미국이 구호요원을 파견한 것을 포함해 최근 양국 사이에 긍정적인 움직임이있었다면서 미국은 이란과 대화를 시작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이란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의 이란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및 인질 억류 사태 이후 외교 관계가 단절돼 있는 상태다. 이렐리 대변인은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및 중동에서활동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이란의 지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양국의 관계에 있어 이란 정부가 핵 시설에 대한 불시 사찰을 허용키로 한 약속 등 국제적 책무를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이란 내에 새로운 태도가 엿보인다"면서 "현재 주목할 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는 미래 적절한 시점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인도적 지원은 환영하지만 미국의 대 이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미국과의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분명히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날 지진으로 초토화된 밤시(市)에서 가까운 케르만을 방문,기자들에게 "이란은 미국의 인도 지원에 매우 감사하고 이를 높이 평가하나 인도 지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구호팀 파견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몇가지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의 태도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미국의 이번 인도 지원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것이라고 못박았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비용이 얼마가 들든" 이번 지진으로 초토화된 밤시의 고대 유적은 재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란과의 관계 증진 가능성을 천명한 파월 장관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파월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란관계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또 국제 사회의 안전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모스크바.케르만 AP=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