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수신인으로 적혀 있는 괴 소포는 포장을 뜯는 순간 터지도록 장치된 폭발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독일 경찰이 30일 발표했다. 공영 ARD방송에 따르면 지난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 우편함에서 발견된 이 소포 속에는 제초제로 추정되는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 담긴 통이 들어 있었으며 도화선으로 포장지에 연결돼 있다. 한편 독일 당국은 발신지가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시로 되어 있는 이 소포의 발송자를 찾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특히 최근 일련의 소포폭탄 사건이 유럽연합(EU) 각 기구의 주요 인사에 집중되고 있는 점에 주목, 유럽 내 무정부주의 단체와 테러조직과의 연계 여부 조사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셰 총재가 소포를 받은 지난 29일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유로폴(유럽경찰) 본부에도 소포폭탄이 배달됐으나 네덜란드군 폭발물 처리반이 해체,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이 이탈리아 볼로냐시 자택에서 소포폭탄을 받은 바 있다. 프로디 위원장은 당시 배달된 소포를 개봉하는 순간 소포에 불이 붙었으나 다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이와 관련, 소포 속에는 책 1권과 가연성 분말이 들어있어 개봉 순간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이 소포폭탄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밤에는 프로디 집행위원장 자택 부근의 휴지통에서 소형 사제폭탄 2발이 1시간 간격으로 터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사건 후 IAF라고 불리는 한 아나키스트 단체가 두 건의 휴지통 폭발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탈리아의 한 일간신문사에 보낸 편지에서 "신 유럽질서라는 민주주의 쇼를 강압하고 이끄는 통제기구"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