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생포된지 16일로 사흘이 지났음에도 그의 재판 및 형 집행 방식을 놓고 미국과 유럽국가의 견해가 엇갈리는 등 처리향방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산하 이라크 국민회의(INC) 엔티파드 칸바르 대변인은 후세인 재판은 "모든 당사자들이 공정한 재판에 관심이 있는 만큼 정당하고 공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통치위는 후세인을 이라크법정에 세울 것임을 공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터넷판을 통해 이라크 지도자들이 내년 초 10여가지의 구체적 잔학행위에 대한 혐의로 후세인을 법정에 세우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가 3명으로 재판관을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통치위원인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이는 "우리는 재판을 지체할 수 없다"며 "국가 통합과 화해를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후세인 재판과정에는 이라크인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재판이 이라크법정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면밀한 조사'를 견뎌낼 수 잇을 만큼 엄격한 재판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사형 가능성의 질문에 "후세인은 잔인한 독재자이고 수많은 이라크 국민을 살해했다"며 사형 선호를 드러냈다. 최근 이라크의 사법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온 스테픈 오로프스키 미국 전 연방판사는 수십년간 이라크 사법부의 부패 등에도 불구, 이라크가 후세인에 관한 공정한 재판을 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후세인이 이라크 법정에 세워져야 한다면서도 사형에는 반대입장을 밝혀 부시 대통령과는 다른 견해를 보여주었다. 타르자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후세인 체포에 만족감을 표하며 이라크의 안정이 앞당겨지기를 희망하면서도 그렇다고 후세인 체포가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 문제 논의를 위해 소집된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 "후세인은 적법절차의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과정을 통해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판은 공개적으로 국제인권법에 규범과 기준을 존중하는 법정에서 열려야 한다며 "유엔은 사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라크 주권의 빠른 이양이 이라크 안정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라크 과도통치위 압둘 아지즈 알-하킴 위원장은 만약 이라크 법정에서 후세인이 기소된다면 사형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세인의 딸인 라그하드는 후세인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에 의해 재판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의 레나토 마르티노 대주교는 후세인이 '소 처럼' 대우받는 영상이 방영된 것을 비판하면서 그의 사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후세인을 사형한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형반대의 의견을 냈다. 한편 호시야르 제바리 이라크 과도통치위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 이라크의 미래를 놓고 진행되는 정치게임의 중단을 요구하며 프랑스 등을 겨냥,"지금의 이라크 당국의 적법성을 문제삼는 견해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과도통치위는 이라크 내 가장 대표적이고 민주적 통치기구"라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후세인이 여전히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미국관리들은 그러나 그가 좀더 솔직히 대답하는 데는 몇주나 몇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현재 미국 관리들은 후세인이 바그다드 공항에 구금돼 있다거나 카타르 미군기지로 이송됐다는 등의 보도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헬싱키.워싱턴 AP.AFP.UPI=연합뉴스)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