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근 특파원의 미국 비즈트렌드 전세계 최고급 별장 마음대로 이용 항공 관련 회사인 허니웰에어로스페이스의 최고경영자(CEO) 보브 존슨 사장은 최근 개인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했다. 최고급 별장을 사용할 수 있는 회원권을 구입한 것. 존슨 사장은 원래 경치 좋은 곳에 개인 별장을 살 생각이었지만 곧 포기했다. 1년에 한두 번 쓸 별장에 몇 백만달러를 쓰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별장을 관리하는 것도 신경 쓰였다. 그렇다고 관리인을 따로 두는 것은 낭비 같았다. 매년 휴가 때 같은 곳에서 보내야 하는 것도 싫었다. 존슨 사장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 것은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 전세계 유명 휴양지에 있는 최고급 별장을 휴가기간에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의 개념은 콘도미니엄과 컨트리클럽 운영방식을 합쳐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컨트리클럽의 회원권처럼 멤버십 비용을 지불한 후 매년 일정액의 회비를 납부하면 정해진 기간에 전세계 유명 휴양지에 있는 최고급 휴양주택을 사용할 수 있다. 휴양주택은 평균 100만달러가 넘는 고급이다. 일반 콘도의 시세가 15만달러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회원제 별장 공유는 사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부 부유층을 상대로 한 것이다. 우선 비용이 엄청나다. 멤버십 비용이 최저 15만달러에서 최고 50만달러에 달한다. 연간회비도 1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한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은 회원들이 원하는 기간에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해준다는 것. 콘도는 여름휴가철이면 공동 소유자들과 시기가 겹치는 일이 흔하다. 그 결과 휴가일정을 불가피하게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회원제 별장은 그렇지 않다. 회원들이 원하는 시기면 성수기든 비수기든 상관없다. 휴양주택을 사용하는 기간은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1년에 최대 6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가 성수기에도 예약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수학적 분석 덕분이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 회사인 프라이빗 리트리트는 다트마우스대학 수학자들의 도움을 빌려 회원을 400명으로 유지할 때 각 지역에 70개의 휴양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성수기와 비수기에 상관없이 예약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로 예약이 겹치는 것은 4%선에 그쳤다. 만약 초과예약이 발생하면 회원이 원하는 휴양지 근처의 고급주택을 임대해 제공한다. 회원들을 뽑을 때 지역도 고려해 예약이 겹칠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거주지역에 따라 회원수를 제한해 특정 휴양지에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았다. 예컨대 1년 내내 더운 서부지역과 겨울이 있는 동부지역에 살고 있는 회원수를 일정 비율로 유지해 계절에 따라 선호하는 휴양지역이 분산될 수 있게 했다. 회원을 모집할 때 자녀 유무도 고려 대상이다. 학생을 자녀로 둔 회원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방학 때 예약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의 운영방식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비즈니스 성격을 읽을 수 있다. 회원을 항상 400명 이하로 유지하고, 회원을 뽑을 때도 기준에 맞아야 한다는 것. 그야말로 극소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인 것이다. 회원제 별장 공유는 콘도와 달리 휴가를 갈 수 있는 곳이 한 지역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세계 유명 휴양지에 마련된 최고급 휴양주택 가운데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올해는 프랑스 파리에서, 내년에는 스위스 알프스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회원이 개별 별장을 소유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관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 회사가 관리를 책임진다. 이뿐만 아니다. 회원이 휴가를 갔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이 휴가날짜만 알려주면 회사측에서 비행기 스케줄과 렌터카는 물론 식료품을 사서 냉장고를 채워준다. 회원들이 요구하면 수영강사나 스키강사를 예약해두고 보모도 구해준다. 별장에서 파티를 할 예정인 회원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준비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전세계 유명 휴양지마다 최고의 관리인을 둔 최고급 별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갑부들, 버블 붕괴 후 별장공유 선호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는 비교적 최근에 생겼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에 가장 먼저 뛰어든 프라이빗 리트리트는 지난 99년 회원 30명으로 문을 열었지만 최근에는 400명을 넘었다. 덕분에 휴양주택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프라이빗 리트리트는 향후 더욱 고급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새로 마련하는 휴양주택은 시세가 200만달러 이상이다. 멤버십 비용도 현재 25만달러에서 45만달러로 올려 지금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의 성장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유층의 인식변화를 들고 있다. 90년대 후반 버블이 붕괴되면서 부유층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갑부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쏟아져 나올 때만 해도 개인 별장 구입이 크게 증가했지만 2000년 이후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별장 공유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 회사인 오디세이의 토머스 가틀리브 CEO는 “새 비즈니스 모델은 주택가격의 일부만 부담하는 형식이지만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혜택을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는 아직은 초기단계다. 대표적 회사는 3군데 정도에 불과하다. 프라이빗 리트리트, 익스클루시브 리조트, 오디세이 클럽 등이다. 프라이빗 리트리트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 22개 리조트에 흩어져 있는 65개 휴양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그외 파리, 런던, 뉴욕 등 대도시에 비교적 소형 아파트를 마련, 회원들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익스클루시브 리조트는 전세계 24개 지역에 휴양주택을 갖고 있다. 회원들은 1년에 30~60일까지 휴양주택을 활용할 수 있다. 오디세이 클럽은 피지, 발리, 태국을 포함해 주요 관광지 16곳에서 휴양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회원제 별장 공유 비즈니스가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투자규모가 문제다. 애널리스트들은 “회원들을 유지하고 가입을 늘리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회원들은 각 지역의 휴양주택을 다녀간 후에 새로운 곳을 원하기 마련이다. 회사는 회원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지역을 추가해야 하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최고급을 지향하는 만큼 신규 투자비용이 만만찮게 든다. 그에 비해 회원들이 원할 때 언제나 주택을 제공하려면 회원수는 일정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 멤버십 비용이 지나치게 고가인 것도 시장확대의 걸림돌이다. 멤버십 비용과 연간회비가 너무 비싸 잠재고객이 한정돼 있다. 최근에는 고급화를 앞세운 콘도회사들의 추격도 거세다. 가파른 콘도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리츠칼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힐튼호텔, 포시즌호텔 등 대형 체인들이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다. 미국 콘도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55억달러에 달했다. 콘도회사들은 규모를 무기로 상대적으로 많은 회원수를 유지하면서 고급 휴양시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경근 특파원 zeneca@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