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은 미국에 저항하거나 장렬하게 자살했어야 했다." 사담 후세인 생포 이후 AP AFP 등 외신들이 전하는 이라크 현지인들의 일반적 반응이다. "후세인은 30여년 동안 이라크를 이끌어온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을 몸에 지니고 있던 그가 아무 저항 없이 체포된 것은 아랍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이다. 바그다드 시내에서 일하는 건축기사인 라드 하마이(38)는 "후세인은 35년 동안 자신을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항하는 '사자'라고 표현했지만 오늘 조그만 구멍 속에서 수척하고 굴욕스럽게 체포된 그는 사자는커녕 한마리 '쥐'에 불과했다"며 "남들에게 순교를 강요한 후세인은 조국을 위해서는 물론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싸우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바그다드의 택시 운전사인 카셈 셀슐(28)은 "후세인은 이라크인들이 미국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한방의 총도 쏘지 못했다"며 "우리는 그가 자결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후세인 체포소식이 알려지자 바그다드 거리에는 사람들이 뛰어나와 축포를 쏘아댔다. 아들이 후세인의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할렘 알 자젠(40)은 "후세인을 잡은 미군에 감사한다"며 "이제야 정말 이라크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감격하기도 했다. 라디오 방송에서 축제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바그다드 시민들은 후세인 얼굴이 새겨져 있는 옛날 화폐를 불태웠다. 그러나 후세인의 체포가 "마지막 남은 희망을 앗아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바그다드의 사파 알 도우리(36)라는 한 상점 주인은 "나는 후세인의 체포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군가가 내 아버지가 죽은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며 TV를 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