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는 이라크의 전후 정정뿐 아니라 이라크 문제가 미국 대선전에서 주요 쟁점의 하나라는 점에서 미국 대선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과 언론들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로 미국 대선판도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며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들의 득실을 요모조모 따져보고 있다. 이들은 일단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로 악화되던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호기를 맞은 반면 부시 대통령의 대 이라크 정책 `실패'를 공격해온 민주당 대선주자들, 특히 반전론을 토대로 무명후보에서 일약 선두주자로 떠올라 부시 대통령을위협하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에겐 타격이라는 데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후세인의 체포가 부시 대통령에게 `막대한' `엄청난' `커다란' 이득을 안겨줬다는 다수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평가를 전하고, "민주당 주자들은선거전략을 새로 짜야할 것"이라는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총무의 의기양양한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아메리칸대의 앨런 리치먼 교수는 "민주당 주자들이 당분간 부시 대통령에 대한효과적인 공격 거리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상승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부시 대통령의 `불패'를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세인 효과'가 부시 대통령에게 지속적일지 아니면 반짝 상승에 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며, 앞으로 이라크 정정의 전개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신중한 관측도 만만치 않다. 뉴스위크는 오는 22일자 조나단 올터의 분석기사에서 양자역학에서의 `불확실성의 원리'를 들어 "`(후세인의 체포로) 게임 끝'이라고 바그다드의 한 시민은 말했지만, 게임은 이제 시작일 수 있으며, 이는 이라크에서뿐 아니라 미 대선전에서도 그렇다"며 "부시의 압도적 승리쪽으로 기운다고? 아직 성급하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체포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후세인 추종세력외의 저항세력의 공격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특히 후세인에 대한 전범 재판과정에서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 숨겨놓았다는 점이 입증되지 못할경우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정당성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재연돼 도리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후세인 체포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치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부시 캠프로선 신경쓰일 대목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후세인의 체포를 환영하면서도 대선에 미칠 영향에대해선 언급을 피함으로써 곤혹스러운 입장임을 보여줬다. 다만 하워드 딘 전 지사 등은 낭보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 것을우려, 표현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의 국제화', 즉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일방주의을 벗어나 국제적 지지와 참여를 얻는 노력을기울일 것을 주문함으로써 앞으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비판을 계속해나갈 고리를 만들어뒀다. 민주당 경선 판도로 본다면, 딘 전 지사의 기세가 주춤하게 된 반면 그동안 미의회의 이라크전 결의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곤경에 처했던 조 리버맨(코네티컷) 상원의원,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리처드 게파트(미주리) 하원의원, 존 에드워드(노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 `매파'는 반격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당장 리버맨 의원은 14일 기자들에게 "딘 전 지사 방식대로라면 사담 후세인은아직 감옥이 아닌 권좌에 있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와 관련, MSNBC의 톰 커리 기자는 `사담 체포, 딘에 타격 가능성'이라는 14일자 기사에서 "사담의 체포는 최소한 단기적으론 민주당 매파에겐 매우 좋은 뉴스인반면 딘 전 지사에겐 좋은 뉴스가 아니다"며 딘 전 지사가 최근 부시 대통령에 대해"양해하신다면 국방문제에 관해 한수 가르쳐드리겠다"고 말한 사례 등이 딘 전 지사의 `실언'이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버지니아대 정치학센터 창설자인 래리 사바토 교수는 "후세인 체포가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 방향을 바꿀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입장이 확고하기때문에 딘 전 지사가 큰 타격을받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뉴스위크의 조나단 올터도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하워드 딘 전 지사의 선풍을 `딘 현상', 한국식으로 `딘 풍(風)'이라고 부르며 "후보가 실수를 반복하면 돈(선거자금)이 마르기 마련인데 딘은 곤경에 처할 때마다 도리어 지지자들이 더 모아준다"며 "인간보험에 든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