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방위계획 수립 및 군사작전수행을 가능케 할 독자 군지휘 계획에 합의했다. EU는 12일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나토와 별도로 EU 독자의 군사계획 수립및 작전 수행을 가능토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EU 군사지휘조직을 벨기에 브뤼셀과 나토 군본부가 있는 벨기에 몽스에 설치하고 ▲두 조직이 EU 독자군의 작전 계획 수립, 수행을 지휘하며 ▲EU 독자군은 나토가 참여를 원치 않는 군사 작전에 한해서만 행동한다는 것이 골자다. EU 독자 군지휘 계획은 올상반기 이라크 전쟁 위기 도중 EU 독자방위계획을 발표한 프랑스,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의 주도로 성립됐으며 이번에 EU 회원국들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EU 독자방위 내지 독자 지휘사령부 설치에 대한 미국의 반발이 커지자영국이 중간에 개입해 독자방위 수준을 낮추고 지휘조직 규모도 축소했다. EU 독자방위를 가능케 할 지휘조직은 당초 구상됐던 상설 사령부 수준에서 조직(cell) 규모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브뤼셀에 설치될 조직은 EU회원국 장교 수십명으로 구성되며 몽스 나토 군사령부에서는 기존의 임시 EU 군작전 단위가 상설 지휘조직으로 바뀐다. EU는 독자지휘체계 구축에 대한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나토가 대서양 양안 집단안보의 초석임을 거듭 확인하고 유럽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군작전은 나토가 당연히 맡게 된다고 강조했다. 나토 내 비유럽 회원국인 미국, 캐나다가 참여를 거부하는 군작전에 대해서만 EU 독자군이 작전을 수립, 수행하게 된다. EU 독자군 지휘조직은 군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을 지휘할 뿐 아니라 군과민간 협력, 분쟁 후 평화수립 등에도 관여하게 된다. EU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 합의가 미국의 동의를얻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며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도 이 합의에 대해 환영을표했다. EU는 신속대응군의 일부를 이미 창설해 마케도니아에서 활동 중이며 지난해에는프랑스의 지휘로 이를 콩고에 파견한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독자 방위계획 합의에 대해 "(EU 헌법에 대한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것만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자찬했다. EU는 이번 합의 외에도 EU 헌법안에 상호방위조항을 삽입할 것으로 보여 EU 독자방위구상이 일보 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EU 내 군사부문에 대한 회원국간 협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한 회원국이안보상의 위협을 받을 때 다른 회원국들이 이 회원국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이 구상에 대해 나토와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일부 회원국,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중립국 전통이 강한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 국가들의 반대에 따라 상호방위조항은 문구 조정에 대한 교섭이 진행중이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