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 지방법원은 10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유고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 유족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요구한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제법에는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 보호와 관련된 간접적 규정은 있으나 개별 시민이 다른 나라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근거가 없으며, 독일 국내법에도관련 근거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측이 피해를 입은 문제의 공습에 독일군이 참가하지 않은 데다당시 코소보에서 긴박한 인도주의적 재난이 있어 나토의 전쟁 참여는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고 전쟁 당시 나토군 공습으로 민간인 30여 명이 사상한 일과 관련해 부상자와 유족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한 이 소송은 독일이나 유럽 뿐 아니라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돼왔다. 비록 독일 내 1심법원이 기각했으나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나토군의 유고 공습정당성과 전쟁과 관련한 개별 시민의 타국가 상대 손배소송 근거 개념은 국제법학자들 간에 논란이 진행되고 있으며, 확고한 국제적 기준이나 판례가 없는 상황이다. 본 지방법원 재판부도 애초 부터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식으로 판결하든 간에 독일 내 상급법원이나 유럽사법재판소까지 가게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유고공습이 부당하다고 여기는 독일 인권단체들은 이번 소송비용을 마련해주고국방부가 남아있는 독일 옛 수도 본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나기각 판결인 나자 유족 및 변호인과 함께 항소할 뜻을 밝혔다. 코소보전쟁은 이라크전과 상황은 다른 점이 있으나 유엔의 공식 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다른 나라를 공격했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지난 1999년 5월 30일 나토군 전투기들은 세르비아의 바르바린 마을의 다리에 2천t의 폭탄을 퍼부어 이를 파괴했으며, 이 때문에 15세 소녀를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죽고 17명이 중상을 입어 불구가 됐다. 유족측은 나토군이 다리를 폭격하면서 민간인 사상을 피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다하지 않았으며 이는 제네바협약 등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폭격은 독일군이 맡지는 않았으나 나토의 회원국으로서 전쟁에 참가했으며, 공급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독일 정부도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350만 유로의 배상금을 요구했다가 추후 요구액을 100만 유로로 낮췄다. 이에 대해 정부측 변호인은 유고에 대한 78일 간의 공습은 세르비아계의 알바니아계 학살이라는 비인도적 재앙을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이며, 다리가 세르비아계의군사시설이었기 때문에 폭격이 불가피한 합법적인 목표물이었다 주장했다. 1977년 독일 등이 서명한 제네바협약 추가 조항에 따르면 전쟁 중 군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고 군사적 목표물에만 직접적인 공격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독립적인 민간조사단의 보고서는, 이 다리가 최대 12t의 무게만 감당할수 있으며, 군사장비를 수송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또 유고 수도나 코소보전투지역에 서 근 200km 떨어진 농촌인 이 마을 주변엔 군시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 기자는, 폭격 당시 시장과 교회에 가까이 있던 이 다리 주변에는 일요일 오후 미사를 마친 사람들이 많았으며, 날씨가 화창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공습은 범죄행위였다고 증언했다. 반면 독일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폭격 가담 조종사나 전투기가 독일군 소속이아니므로 독일 정부가 배상할 수 없으며, 제네바협약 상 민간인은 전쟁 중의 피해와관련해 개인적 보상을 전쟁 참여 정부들에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