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깜짝 방문'에대해 아랍권 언론은 일제히 톱뉴스로 다루며 방문의 의미를 분석했다. 이라크 국내 정치인들은 미군 병사들만을 만나고 떠난 부시의 방문에 당혹감을표시했고 이라크 국민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유럽 언론은 대부분 이번방문을 대선을 앞둔 부시의 득표전략으로 풀이했다. ○...아랍권은 미군의 사기진작과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풀이하는 동시에 극비리에 방문을 진행한 것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르단의 일간지 알-아랍 알-욘은 "부시 대통령이 밤의 그림자 아래 왔다"고 지적했고 레바논의 일간지 알-무스타크발알은 "대통령 선거의 해를 개막하는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레바논 안-나하르 신문의 정치평론가 사미르 카시르는 이번 방문은 미국이 적어도 내년에는 이라크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것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미국의제국주의적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줄리어스 시저 시대에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됐지만부시 대통령은 '왔노라' 밖에 해당되지 않으며 아직 승리를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집트의 유력일간지 알-아람은 "부시 대통령의 150분간의 비밀방문은 미국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미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문들은 주로 부시 방문당시의 경호상태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번 방문은 미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의 카말 카라지 외무장관은 "부시대통령의 기습적인 이라크 방문은미국이 이라크인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고 이란 관영 TV가 보도했다. 이란 관영라디오는 부시 방문때의 엄격한 경호를 지적하며 "이라크 국민들의 점령군에 대한 저항의 정도와 점령군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깊이를 보여준 것"이라고 중동전문가 카잠자데의 말을 인용보도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인 마흐무드 오트만은 "부시가 이라크를 방문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그는 "과도통치위에 아무도 이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인과 어떤 공식적 만남도 갖지 않고 오로지 미군의 사기를 높이는 데만 애썼다"고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바그다드 시민 하지 탈레브(70)는 "부시는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그가 왜밤중에 2시간만 방문하고 떠났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그는 자신의 방문을 알렸어야했는데 비겁했다, 겁이 났던 것이다"고 비난했다. 16세 된 히말 무하예드는 "그가 방문한다고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우리가 그를 환영할 이유가 없다. 미군 점령전보다 우리는 사정이 더 나빠졌다. 전기도 없고 가스도 없다"고 비난했다. 슈루(30)라는 한 시아파 여성은 "물론 우리는 부시가 시아파의 권리를 되찾아준데 감사하지만 그의 군대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라크 일반인들도 만나고 갔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좌파성향지 리베라시옹은 "바그다드에서의 정치공습"이라고 제목을 뽑고 "부시는 이라크가 대선에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지적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칠면조가 착륙했다"는 제목아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TV 화면을 마련하기 위해 이라크를 방문한 첫 대통령이 됐다고"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런던 타임스는 논평없이 1면 보도를 통해 부시의 이번 이라크 방문은 "백악관 역사상 가장 대담한 쿠데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독일의 베를리너 차이퉁은 "부시는 미군의 침체한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이라크에 그의 결심을 보여주는 두가지 효과를 노렸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일간 엘문도는 "대중을 향한 스턴트였지만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지는못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탈리아의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눈부신 무대이벤트이자용감한 행동"이었다며 "이런 할리우드식 스턴트를 대선전 내내 보게 될 것"이라고비꼬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정치안보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방문을극비리에 진행하고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것은 이라크의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 몇시간 후 미ABC 방송에 출연, "이라크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라크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주권이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히 아직은 이라크가 위험한 곳임은 분명하고 이건 비밀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여행은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특별한 경호를 요하며 이런 상황이라면 더 특별한 경호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