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및 대통령궁 점거로 그루지야 정국이 혼미에 빠진 가운데 일부 군인들과 정부 고위관리가 23일 야당측에 가담하는 등 권력내부의 동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 소속인 국가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루스타비-2 TV에 출연, 약 120명의 병사들이 야당이 임명한 '임시 대통령'에 충성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방송은 국가수비대원들이 국회의사당 밖에서 열리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을방영했다. 야당 지도자인 바실 마그라페리제 의원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시위에서 그루지야 국가수비대가 야당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수비대는 수백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다. 또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의 병사인 게오르기 구루아는 역시 이 집회에서 특수부대원 50명이 반정부 시위대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국민에 맞서 행동할권리가 없다"면서 이에따라 "그들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반정부 시위대를 앞세운 야당과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그루지야 정부간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군의 일부 세력이 야당측에 설 가능성을 보여주는첫번째 조짐으로 간주된다. 이와 함께 레반 알렉사제 대통령 국제법담당 보좌관은 루스타비- 2 TV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에 가담했다고 선언함으로써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 대한 권력내부의 충성이 동요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알렉사제 보좌관은 "그루지야가 적법한 대통령을 갖고 있으나, (야당이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한 민주당 당수) 니노 부르자나제노가 실질적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셰바르드나제 퇴진 운동을 주도해온 미하일 사카쉬빌리 국민행동당 당수는 이날시위에서 지지자들에게 전날 내무부와 국영방송도 접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오늘의 결정의 날"이라면서 "국민들은 기필코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고말했다. 사키쉬빌리 당수는 특히 "수천명의 국민들이 내무부로 가 건물을 접수해야 하며반국가적 선전을 하고 있는 국영방송국 건물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사키쉬빌리 당수가 이틀째 시위를 촉구한 뒤 열린 것으로 수천명의주민들이 의사당 주변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앞서 TV를 통해 "국민 동원을 선언한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이룬 것을 지키고 우리의 항의를 외치기 위해 모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데이비드 테프자제 국방장관은 TV 연설을 통해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면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군에 무력사용을 자제하도록명령했다고 밝혔다. 테프자제 장관은 "대통령이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어떤 행동도 금지했다"면서 "군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무력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사태가 질서 회복을 위한 군사력 사용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군은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테프자제 장관은 특히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의회를 재장악하거나 무력을 사용하도록 명령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반대로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없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적법성을 강조하면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게 복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야당세력의 온건파로 알려진 부르자나제 당수는 야당이 새로운 의회 선거문제를 놓고 정부와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극적인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조기 총선에 관해 정부와 합리적인 대화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새로운 선거 없이는 현실적으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빌리시 AFP=연합뉴스) ks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