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마침내 이라크 주권을 조기에 넘겨주기로 했다. 이양시기는 내년 6월로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각국의 이라크파병 및 전후 복구사업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주권을 이양받은 뒤 이라크 정부는 자신이 초청한 외국군대에 한해 이라크주둔을 허용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주권이양 1년반 앞당겨져=미국의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과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는 15일 △내년 6월 과도정부출범(미국의 이라크주권 이양) △오는 2005년 말 헌법제정 및 총선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이라크 조기 주권이양 청사진에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원래 이라크가 새 헌법을 제정하고 총선을 실시한 후에야 주권을 넘겨줄 방침이었으나 이날 합의로 주권이양 시기가 1년6개월이나 앞당겨졌다. 이라크 내 미군피해가 급증하고 국제사회의 대미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실상 무릎을 꿇은 셈이다. 이라크과도통치위는 주권을 이양받는 첫 단계로 내년 2월까지 과도정부 통치기간 중 헌법역할을 할 기본법을 제정한 뒤 내년 5월 말까지 과도의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어 과도의회가 내년 6월 말까지 과도정부를 선출하면 미국은 모든 이라크주권을 과도정부로 넘긴다는 게 조기 주권이양 계획의 핵심이다. 미국은 그러나 주권을 이양한 뒤에도 미군을 일부 감축해 이라크에 계속 주둔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과도통치위는 "미군의 지위가 내년 6월 이후 현재의 점령군에서 '주둔군'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병 및 복구계획 변화될 듯=과도통치위원회는 이날 주권 조기이양 합의사실을 발표하면서 "내년 6월 이후에는 이라크과도정부에 의해 초청된 외국군대만 주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등 모든 외국군대의 추가 파병 및 이라크주둔 여부는 미국 정부가 아닌 이라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내년 6월 이전에 파병된 외국군대라도 이라크가 철수를 요청하면 이라크를 떠나야 하며 이라크 정부가 원치 않는 외국군대는 이라크에 파병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미국 주도로 짜여진 외국군의 이라크파병 계획은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후 복구사업 역시 모든 주권을 이양받은 이라크과도정부 주관으로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