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스리랑카 대통령이 라닐 위크레메싱헤 총리의 외유를 틈타 각료 3명을 해임한 데 이어 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투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BBC, CNN 등 주요 외신들이6일 보도했다.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4일 국방.내무.공보 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의회를 오는 19일까지 휴회시킨 데 이어 5일에는 경찰에 광범위한 체포권을 부여하고 주요 기관에군 병력을 배치하는 등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리랑카의 헌법은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형태로 의회는 내각 구성권과대통령 탄핵권을, 대통령은 각료해임권과 의회해산권, 비상사태 선포권을 갖는다. 이에 미국을 방문 중인 위크레메싱헤 총리는 이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 직후 "(미국 방문 후) 스리랑카의 상황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는 내정 문제이며스리랑카는 지난 25년 간 이 같은 부침을 겪어왔다"며 동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7일 귀국하면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태를 수습할 것"이라면서 "내겐 스리랑카에 평화를 불러올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BBC 인터넷판은 전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위크레메싱헤 총리와의 회담에서스리랑카 내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총리의 지도력을 신임하며 스리랑카의 민주적 기구들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전했다. 오랜 정적이었던 쿠마라퉁가 대통령과 위크레메싱헤 총리의 불화가 표면화한 것은 지난 2001년 12월 총선. 위크레메싱헤 총리가 이끄는 통합국민당(UNP)은 총선 승리를 계기로 99년 재선한 쿠마라퉁가 대통령과 동거정부(cohabitation)를 구성했지만 타밀 반군과의 내전종식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이견으로 갈등이 증폭됐다.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노르웨이를 내전종식 협상의 중재자로 끌어들이며 협상 타결에 나섰으나 협상을 주도한 위크레메싱헤 총리가 반군 측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총리측에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4일 각료 해임 직후 20년간의 내전을 종식시키기위해 타밀 반군과의 협상에 문호를 개방하겠지만 국가의 주권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 이번 결정도 반군과의 협상과 관련한 갈등에 기인한 것임을 시인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 84년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해온 반군단체인 '타밀엘람호랑이(LTTE)'와 정부간 내전으로 6만5천여명이 사망했으며 지난해 2월 정부-반군간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