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비상 내각의 임기가 4일 자정(한국시간 5일 오전 7시)으로 종료됐지만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아흐메드쿠레이 총리가 군 통수권 문제를 놓고 첨예한 이견을 보여 새 정부 구성에 진통을겪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임기가 끝난 비상내각을 과도 정부로 간주해 새 정부 구성 때까지 현 내각이 업무를 계속해줄 것을 쿠레이 총리에게 요청했다고 나빌 아부 르데이네 보좌관이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새 정부 구성이 난항을 거듭함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 재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쿠레이 총리는 이날 치안유지군 통수권자인 내무장관을 제외한 각료들의 지명을완료하고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 나세르 유세프 장군을 내무장관에 임명할 것을 요청했으나 아라파트는 이를 거부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자신의 심복인 하캄 발라위를내무장관에 임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쿠레이 총리는 최근 아라파트 수반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유세프 장군을 내무장관에 임명함으로써 치안을 장악하려 하는 반면, 아라파트 수반은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유세프에게 치안유지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쿠레이 총리는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다음주 열리는 의회에 새 내각의 명단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레이 총리의 전임자인 마흐무드 압바스 전 총리도 치안유지군 통수권 문제로아라파트 수반과 마찰을 일으켜 취임한 지 4개월도 안돼 지난 9월 물러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같은 팔레스타인 정부내 혼란과 관련, 신임 총리가 보안세력을완전히 장악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애덤 이렐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팔레스타인 총리가 모든 보안세력을 장악해야 하며 새 내각은 모든 형태의 테러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한다"고 말했다. 이렐리 대변인은 또 신임 총리가 "팔레스타인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테러 및군사조직을 무장해제하고 와해시키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들은 쿠레이 총리가 조각을 끝내면 수일내에 양국 총리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샤론 총리는 "새 팔레스타인 정부가 출범하면 테러 하부구조를 와해시키고 진정한 평화 로드맵 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전례없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스라엘은 줄곧 팔레스타인 새 정부에 무장조직의 진압을 요구해 왔지만 샤론총리는 최근 태도를 바꿔 평화회담의 조건으로 이같은 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유혈사태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국내 여론 및 정부내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쿠레이 총리는 이에 대해 회담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경비 초소 철거나 팔레스타인 상인들에 대한 이스라엘 영토 진입 허용 따위의 제스처를 위한 것이라면" 그런회담은 하지 않겠다면서 "진정한 신뢰 재구축과 팔레스타인 투사 살해.암살 중단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라말라.워싱턴 AP.AFP=연합뉴스)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