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은 4일 반(反)유대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하원의원을 옹호하며 극찬한 독일군 최정예 특수부대(KSK) 사령관을 전격 해임했다. KSK 사령관 라인하르트 귄첼 준장은 최근 유대인을 `범죄자 민족'에 비유하는 연설을 한 보수 야당 기독교민주연합의 마르틴 호만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그의 연설은 매우 훌륭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귄첼 사령관은 이 편지에서 호만 의원의 연설에 대헤 "진실을 용기있고 명확하게 밝힌, 매우 보기 드문 훌륭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런 의견을 말한 사람을 극우파로 몰아세우고 있으나 우리 국민 다수의 심중을 표출해준 당신은 안전할 것이며 좌파의 압도적 공세에 굽히지 말고 용기있게 이런 입장을 지켜나가라"고 격려했다. 이같은 편지 내용이 호만 의원을 통해 이날 공영 ZDF TV 방송에서 소개되자 슈트루크 국방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귄첼 준장을 KSK 사령관직에서 즉각 보직해임했으며, 전역을 명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트루크 장관은 귄첼 준장의 발언은 독일군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며 혼란스러운 개인적 견해를 표출해 독일군과 독일의 이미지를 훼손한 개별적 사건에 불과하다며 파문을 축소하려 했다. 올해 59세인 귄첼 사령관은 최근 KSK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기 직전까지 현지에서 부대를 지휘해왔다. 한편 호만 의원은 앞서 지난 10월 3일 독일 통일절에 지역구의 기민련 당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유대인들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와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당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수백만 명이 죽은 러시아 공산혁명에 책임있는 유대인들을 `범죄자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유대인들이 나치의 범죄 때문에 독일인을 범죄자 민족이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라고 밝힌 그는 독일은 이제 다른 나라들이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나치의 범죄라는 역사적 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설 내용이 지난 주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언론과 정치권, 유대인 단체 등의 비난이 쏟아지자 호만 의원은 결국 지난 1일 "자신의 본의가 잘못 전달됐다"면서 사과했다. 소속 정당인 기민련은 호만 의원을 의회 내무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등 당직을 박탈했으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유대인 단체 등은 기민련에 출당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호만 의원에겐 의원직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4일 호만 의원이 ZDF 방송에 귄첼 사령관의 편지 내용을 소개한 것도 이같은 비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은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며, 자신의 의견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귄첼 사령관 편지 공개는 사태를 더 악화시켰으며, 당분간 이번 반유태주의 발언 파문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태가 좌우파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이 와중에 우파의 반발이나 네오나치등 극우파들의 돌출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