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대량생산'시킨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1987년)의 작품 중 어느 것을 진품으로 보느냐는 논란에 앤디 워홀 진품감정위원회(AWAB)가 마침내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영국 언론들을 인용 27일 보도했다. AWAB는 최근 "워홀이 제작에 직접 관여한 것만 진품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에 따라 감정대상품 중 15%에 `위작'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세기 화가중 최고가에 거래되던 워홀의 작품을 거액에 사들였던 소장자들중 상당수는 땅을 치게 됐고 일부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워홀은 몇해 전 1천만파운드(약200억원)에 팔린 `캠벨 수프 깡통'과 1천100만파운드(약220억원)에 팔린 `마릴린 먼로' 등 현대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품을 창조했지만 일상 용품을 표현대상으로 삼고 한 작품을 수천장씩 판화로 찍어내는 등 정작 그자신은 `오리지널'에 관한 통념을 비웃은 인물이다. 워홀의 유명 작품중 상당수는 그의 감독 아래 `공장'이라 불리던 스튜디오에서 판화로 인쇄됐으며 심지어는 그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까지 도판 보호용 필름을 이용해 그의 작품을 마구 찍어냈다. AWAB의 결정에 대해 컬렉터와 미술품 중개상 등 20여명은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데 컬렉터들은 AWAB가 워홀의 작품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진품 판정을 거부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선데이 텔레그라프는 보도했다. 영화 제작자 조 사이먼은 자신이 14년 전 19만5천파운드(약 4억원)를 주고 산실크스크린 자화상을 비롯, 워홀의 많은 작품들에 대해 AWAB가 과거 진품 감정을 내린 것을 스스로 번복하면서 아무런 합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AWAB의 고문 변호사 론 스펜서는 위원회의 임무는 워홀의 `의도'를 판정하는 데 있다면서 어떤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판화로 인쇄했더라도 여전히 진품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워홀이 다른 사람에게 실크스크린을 준비시키고 자신의 감독 아래 제작하도록 시킨 뒤 작품에 만족해 서명했다면 이는 그의 작품인 것"이라고 말했다. AWAB는 워홀의 진품을 망라한 결정판 카탈로그를 제작하기 위해 작품 목록을 작성중이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