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우디 경찰은 23일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와 하일, 담맘 등 3개 도시에서정치개혁 요구 시위를 봉쇄하고, 최소한 65명의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했다고 아랍과 서방통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14일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 사상 최대 규모의 개혁시위를 지원했던 런던 소재 반정부 단체 아라비아 이슬람개혁운동(MIRA)이 주도했다. 반체제 지도자 사아드 알-파키가 이끄는 MIRA는 사우디 전국 9개 도시에서 정치,경제,행정개혁을 요구하는 시위 계획을 발표하고 대규모 참가를 독려해왔다. 관영 SPA 통신은 `제한된 수의 사람들'이 이날 오후 제다 등 3개 도시에서 시위를 주도했으며 "상황을 모르는 다수의 군중이 호기심에 거리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경찰이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해 개입했다며 "시위 참가자들이 현재 조사를 받고있으며 법정에 회부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제다 시내 안달루스 거리에서 100여명이 시위에 나섰으나 경찰이 이들을 저지, 여성 5명을 포함해 50명을 체포했고 나머지를 해산시켰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의 진압을 피해 퇴각하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밖에 리야드 북쪽 하일에서도 13명이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됐고, 담맘에서는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며 도심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던 30여명이 체포됐다고 서방통신들이 전했다. 시위를 앞두고 경찰과 폭동진압 부대가 리야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 거리에 배치됐으며 유혈 충돌에 대비해 앰뷸런스와 민방위 차량들이 곳곳에 대기했다. MIRA는 "사우디 왕국의 부정과 부패"를 규탄하고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이번 시위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당국이 시위 참여를 막기위해 시위관련 계획을 알리는 알-이슬라흐 라디오 방송을 전파 방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 14일 리야드에서 사우디 건국이후 최대 대규의 반정부 시위를 강행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시위 참가자 271여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83명이 아직 구금돼 조사를 받고있다. 나이프 빈 압둘 아지즈 내무장관은 시위를 앞두고 "현행법을 위반하는 시위와 참가자들은 이슬람 법정에 회부해 처벌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MIRA는 온건 진보적인 정부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동안 폭력행위에는 일절간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사우디 지식인들은 이 단체가 매우 위험한 전술 변화를 추구하고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해 테러리즘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사우디에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아랍국들이 패배한뒤 발생한 대규모 시위와 그에 앞서 1950년대의 노동자 시위를 제외하곤 조직적인 반정부 시위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