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경찰 내부의 인종차별주의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BBC방송의 다큐멘터리가 나간 후 관련 경찰 5명이 사직하고 3명이 정직되는 등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데이비드 블런킷 내무장관은 22일 "방송에서 드러난 것은 끔찍했다"면서 "이제 문제는 이 방송물이 어떻게 제작됐느냐가 아니라 영국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을뿌리뽑기 위해 다양한 새 훈련 프로그램을 채택할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경찰 주무 부처 수장인 블런킷 장관은 전날 문제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엔 BBC의 취재 행태를 문제삼으며 BBC가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은밀한 경찰'이라는 제목이 붙은 1시간 분량의 이 방송물은 BBC의 마크 댈리(28)기자가 올 초 영국 북서부 워링턴 경찰훈련소에 경찰후보생으로 위장 잠입해 7개월간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은 미국의 인종차별단체 KKK처럼 흰 복면을 쓴 한 경찰관이 아시아인을 살해하고 싶다는 욕망을 털어놓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 경찰관은 또 런던 경찰청이 인종차별기관으로 낙인찍히게 된 1993년 흑인 10대소년 살해 사건의 주인공 스티븐 로런스에 대해서도 험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방송에는 또 아시아인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일부러 이들을 체포하기도 했음을인정하는 다른 경찰관들의 모습도 들어 있었다. 한편 야당인 보수당의 올리버 레트윈 대변인은 이 프로그램엔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TV에서 방송한 것 중 가장 괴로운 장면이 들어있다면서 "우리는 경찰내 잔존하는 인종차별주의를 제거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AFP=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