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일부에서는 땅값이 지칠 줄 모른채 오르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6명당 1명은 지금 도시의 어두운 모퉁이를 맴돌고 있다. 6일 유엔 인간주거계획(유엔-해비타트)가 발표한 보고서 '빈민가의 도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현재 세계 전체의 도시 빈민가 거주자는 9억2천여만명에 달한다. 이는 세계 전체의 도시 거주자만을 기준으로 하면 31.6%에 이르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 빈민층의 증가는 도시화와 빈곤 확산의 결과로, 특히 개도국에 집중돼 있다. 개발도상국의 도시 빈민가 거주자는 43%이며 극빈국(LDCs)의경우에는 무려 78.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해비타트는 도시 빈민가 거주자는 세계화의 흐름이 빨라진 지난 90년대에36%나 증가했다고 말하고 중대한 조치가 없다면 오는 2030년에는 현재보다 두배에달하는 2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자본주의의 경기 순환, 비숙련 노동자의 상대적 수요 위축, 극도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세계화의 부정적 효과가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가속화, 도시빈민의 증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빈민가(slum)'이라는 단어는 지난 1820년에 탄생한 것으로, 지금의 세계화 처럼 급속하게 진행된 19세기 유럽의 산업화의 산물. 유엔-해비타트 보고서는 빈민가는 '희망의 빈민기'와 '절망의 빈민가'로 나눌수 있다면서 과거 북미와 유럽, 호주의 실제 역사에서 보듯 외부의 적절한 개입이없다면 '희망의 빈민가'는 결국 '절망의 빈민가'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도시 빈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빈곤의 대물림 현상도 현저하다면서 인도의 콜카타(캘커타)의 경우, 41%가 30년 이상, 70%가 15년 이상 빈민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엔-해비타트는 성장에 집중하면 그 과실이 아래로 확산된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trickle down)'론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겨우 사회 극소수층에 혜택이 돌아갈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주택 공급 확대와 인프라, 물리적 환경 개선에 치중하는 전통적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면서 빈민가 거주자는 물론 도시 빈민 전체의 고용 문제에 집중하는 포괄적이며 인간중심적인 빈곤억제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