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을 앞두고 석방된 수만 명의 죄수들 사이에 환각제 등 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각종 범죄를 유발하는 등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BBC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이라크 경찰에 따르면 수감자들이 석방되면서 교도소 내에서 널리 복용되던 환각제와 진정제, 수면제 등의 의약품 유통량이 급증했다. 또 환각상태를 불러오는 이런 의약품들의 힘을 빌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라크 경찰 마약 담당 관리인 오마르 자헤드는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범행 전에 약을 복용하며 그들은 약을 통해 죄책감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난다"고 전했다. 그는 "범죄자들은 약효가 다하면 그들이 저질렀던 일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며 이로 인해 범죄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헤드는 이처럼 이라크에서 환각제 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 외부의 국제 범죄 조직의 소행과 관련 있다고 꼬집었다. 처음 이라크 외부에서 약이 들어올 때는 터무니없이 싼 값에 거래됐지만 최근들어 값이 폭등한 사실이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것. 그는 대부분의 약물이이라크 동부 이란 국경에서 들어오고 있으며 모두 10~15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자헤드는 그러면서 의약품을 불법으로 거래하다 적발되면 약간의 벌금이나 3개월형에 불과한 현재의 처벌 방식을 대폭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약품들이 의사의 처방 없이 마구잡이로 유통되면서 청소년과 어린이들 사이에 시너 흡입 등 환각제 복용이 유행처럼 번져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바그다드 시내의 한 카페 주인은 "며칠 전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수정액이 든 비닐 봉지를 흡입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이런 상황은 후세인 정권 붕괴후 바그다드 곳곳이 무정부 상태에 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