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전문가 1천200명이 3억달러의 비용을 들여 90일간 이라크 전역을 뒤졌지만 찾아낸 것은 고작 보툴린(부패식품독소) 약병 한 개." 영국 언론들은 3일 이라크 전쟁 종전이래 현지에서 무기사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 서베이 그룹(ISG)'이 예상보다 훨씬 초라한 성적표를 내 놓았다면서 이는 금세기 최대의 부조리로 기록될만한 사건이라고 혹평했다. 이라크 전쟁은 20만명의 병력이 동원돼 지금까지 1만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아직도 치안이 불안해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SG의 데이비드 케이 단장은 2일 미국 의회 보고를 통해 사담 후세인은 1998년 이래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지 않았으며 10여년 전에 대규모 생화학무기개발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ISG의 보고서는 대신 무기개발계획을 담은 문서들과 정황 증거들, 이라크 관료 및 과학자들의 제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케이 단장은 이를 근거로 "후세인이 무기개발을 재개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후세인을 포함한 이라크 고위관리들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대량살상무기(WMD) 생산을 지속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현재까지 실질적인 무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언론들은 케이 단장의 이 같은 보고 내용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는 이라크 전후 처리에 국제사회의 지원을 획득하려는 미국과 영국의 노력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 성향의 일간지 가디언은 ISG가 거둔 유일한 성과는 이라크 과학자의 집에서 몇 개의 생물학 샘플과 함께 부패식품독소인 보툴린 약병 한개를 찾아낸 것이지만 무기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보툴린을 무기화하는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ISG가 찾아낸 보툴린은 주름살 제거에 사용되는 `보톡스'의 형태 등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저급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이라크 과학자가 후세인의 주름살을 제거하려 했는 지 사람을 살상하려했는 지 알수 없다"며 "잘못된 가정을 전제로 전쟁이 강행됐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라크 전쟁 종전 5개월이 지난 지금 1천200명의 무기전문가들이 WMD를 찾지 못했다고 시인했다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안보 노선인 `선제공격 독트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