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백인 존 맥스웰 쿠체(63)는 최근 해마다 유력한 수상후보로 거론돼온 세계적 작가의 한명이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한번도 받기 어렵다는 영국의 권위있는 부커상을 사상 최초로 두차례(1983년, 1999년)나 수상하면서 '탈식민주의 문학운동'의 기수로 평가받아왔다. 194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출생한 그는 남아공과 미국에서 컴퓨터 과학자와 언어학자로서 교육을 받았다. 첫 작품 「더스크랜즈」에 이어 다음작품 「나라의 심장부」를 발표하며 남아공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다. 「마이클 K」로 부커상 및 프리 에트랑제 페미나상을 수상했으며 「추락」으로 다시 부커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미국 시카고대 객원교수이자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영문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그의 소설은 대개 식민주의자와 피식민주의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백과 흑의 대립항이 설정돼 있다. 그 가운데 기존체제에 대항하는 진보적 인물을 내세워 체제의 폭압.허구성을 폭로한다. 그것은 폭력적인 식민주의자들의 실체와 허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폭력적인 정권이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면서도 거기에 연루돼있는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내주는 이중적 모습을 띤다.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그의 소설은 단문위주의 현재형 내러티브로 쓰여져 있고, 깊은 사유와 해석에 맞물려있어 난해하다고 평가된다. 남아공 동료작가로 먼저 노벨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는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갖고있는 작가"라고 상찬한 바 있다. 남아공 작가로는 예외적으로 억압받는 정치적 현실을 날 것 그 자체로 드러내기보다는 이데올로기의 실체와 허상을 포스트 모더니즘 방식으로 해체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국내에는 「야만인을 기다리며」「추락」「페테르부르크의 대가」등 세작품이문학평론가 왕은철 교수(전북대 영문과)에 의해 번역, 출간돼 있다. 알레고리 기법으로 쓰여진 「야만인을 기다리며」에서 작가는 "야만인이란 결국제국주의자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한 진보적 인물인 치안판사의입을 통해 폭로한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인「페테르부르크의 대가」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의붓아들인 파벨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소설창작을위해서는 악마와 손을 잡고 펜이 춤추는대로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글쓰기 자체에 대한 사유를 개진한다. 「추락」은 백인정권이 종식, 흑인에게 이양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무대로 흑백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을 탐구한 작품으로, 식민주의와 후기 식민주의의 문제를정면으로 천착했다. 문학평론가 왕은철 교수(전북대 영문과)는 "식민지제국주의 문제를 탈 식민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고 알레고리성, 윤리성, 정치성이 짙은 작품을 쓰고 있다"며 "현대 문학이론과 유리되지 않은 채 현실과도 유리되지 않은 독특한 작가"라고말했다. 왕 교수는 "남아공 안에서 대단한 평가와 위상을 가진 대표작가로 나딘 고디머에 이어 두번째 수상자"라며 "그의 작품은 주로 인종문제를 건드리고 있고 접근 방식이 백인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백인의 입장에서 해체하면서 죄의식을 말하는 철저한작가정신의 소유자"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