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의 원로 인사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아오키 미치오 참의원 간사장.이들은 개각 전의 고이즈미 정권에 두 개의 '독'이 있다며 제거하라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압박했다.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 및 경제재정상과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부총재(전 간사장)가 그 타깃이다. 그러나 지난주 개각에서 다케나카 금융 및 경제재정상은 보란 듯이 자리를 지켰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야마사키 부총재의 입지가 사실상 오그라든 것과 영 딴판이다. 스스로 걸어나가겠다는 다케나카 금융 및 경제재정상을 눌러 앉혔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인사는 깜짝쇼의 비판을 면치 못했다. "마술에 걸린 것 같다"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모리 전 총리의 탄식이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렇지만 개각 후 일본 언론이 실시한 유권자 조사에서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도는 급상승 커브를 그렸다. 65%로 지난 8월보다 무려 11%포인트가 뛰었다. 총선을 한달 여 앞둔 자민당에는 꿀맛 같은 낭보다. 젊은 피를 수혈한다며 49세의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을 간사장으로 발탁한데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4명 중 3명꼴로 의미를 높이 샀다. 고이즈미 총리가 반발과 후유증을 짐작하면서도 나대로식 인사를 고집할 수 있었던 배경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경제 회복과 민심 동향이다. 불황의 늪에 처박혀 있던 일본 경제는 최근 각종 지표마다 청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실정의 주범으로 몰렸던 다케나카 헤이조씨에게는 실질적인 면죄부다. 대북한 외교에서 당당히 맞서야 한다며 자기 목소리를 높였던 아베 신조 간사장의 기용은 납치 피해자 문제로 들끓는 민심의 향배를 읽어낸 것이니 호의적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고이즈미 신내각이 겹겹이 쌓인 난제를 해결하고 유권자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도자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데서 나온다는 것을 고이즈미 인사는 거듭 확인시켜 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