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이 대학 수학과 학생들이 지난 1990년대 명석한 두뇌와 첨단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박의 천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목돈을 챙겼었다고 ABC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이들은 '블랙잭(카드 숫자의 합을 21 또는 21에 근접하게 만드는 게임)'을 타깃으로 삼고 높은 숫자의 카드가 나오면 딜러보다 게임자가 유리하다는 점을 간파, 이미 돌려진 카드를 추적해 패통(shoe)에 높은 숫자의 카드가 얼마나 남았는지 예측하는 카드카운팅(card-counting) 기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또 상황별 최상의 전략을 도출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전을 치른 다음에는 실전 상황을 하나하나 입력, 시뮬레이션과 실전의 괴리를 좁히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전성기에 이들은 주말마다 보스턴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원정 '도박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카지노에 들어서면 이들은 우선 한 테이블을 지목, 게임자에게 돌려진 카드를 추적할 '카운터'를 배치한다. 패통에 높은 숫자 카드가 많이 남았다는 계산이 나오면 카운터는 나머지 일행들에게 비밀스럽게 신호를 보낸다. 카운터의 신호를 받은 게임자는 그 테이블에 앉아 거액의 판돈을 걸면서 게임을 하는데 높은 숫자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MIT 수학도 게임자는 대부분의 판에서 이겨 목돈을 챙기게 된다. 그리고 카운터가 `이제 더 이상 높은 숫자 카드가 나오기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면 게임자는 그 테이블을 떠난다. MIT '수학 천재'들은 같은 수법으로 여러 테이블을 돌며 거액을 손에 쥐었다. 한 카지노 보안수사관은 "이들은 한 주말에 무려 40만달러를 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거듭해서 거액을 잃은 카지노에는 경계령이 떨어졌고 머잖아 이들의 정체가 탄로났다. 수상한 몇명의 게임자가 이곳저곳에 출몰, 거액을 따가자 이들의 사진이 '기피대상자' 명부에 올랐고 카지노 보안수사관들은 MIT 졸업앨범에서 게임자들의 신원을 확인해냈다. 케빈 루이스라는 가명으로 ABC와 인터뷰한 MIT 졸업생은 "어느 날 뉴욕 카지노의 보안요원이 다가와 '더 이상 우리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하지 마시오.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벅찬 게임자요. 계속해서 우리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하려 한다면 무단침입 혐의로 당신을 체포하겠소'라고 경고했다"고 술회했다. 한편 이들의 '무용담'은 작가 벤 메즈리치에 의해 '카지노 무너뜨리기(BringingDown the House)'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데 이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 기자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