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4일 끝난 슬로바키아 방문에서 쇠잔한 모습을 보여 이번이 교황으로서의 마지막 해외나들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다시금 자아내게 했다. 4일 동안의 슬로바키아 여행 중 줄곧 드러난 건강악화에 대한 우려로 그의 사목메시지도 빛이 바랬다. 바티칸에서 교황과 가장 절친한 협력자의 하나인 요제프 톰코 추기경은 14일 "교황이 다시 여행을 할 수 있게 될지 말하기 어렵다"고 시인했다. 슬로바키아 여행을 교황(83)의 회복력의 시험대로 본다면 결과는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이다. 바티칸과 친한 한 의사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우리는 그분이 오신 것이기뻤으며 그분의 노고에 매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 나이의 노인이라면 그런 상태로 여행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파킨슨병의 후유증으로 몸을 떨며 말이 둔하고 때로 불분명하며 보통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파킨슨병 외에도 관절염을 앓고 있는 그는 지난 11일 로마로부터 도착했을 때 쇠잔한 모습을 보였으며 처음으로 도착연설을 끝내지 못했다. 바티칸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수도 브라티슬라바 북동쪽 티르나바에서 기도회를 시작하기 전 교황을 한 성당의 부속실로 급히 옮겼다. 산소호흡기와 심장 세동(細動)제거기 등 의료장비가 들어갔으나 바티칸은 교황이 응급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교황의 건강은 다음날엔 눈에 생기가 있고 미소도 띠는 등 호전돼 보였으나 13일 2시간 동안 자동차와 비행기로 여행하고 나서는 다시 악화됐다. 바티칸 관계자들은 이번 102번째 해외여행에 나서기 전 이미 사적으로는 이번이 그의 마지막 여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바티칸 대변인인 호아킨 나바로 발스는 기자들에게 자신으로서는 그의 103번째 여행에 '이렇다 할 장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황은 올해엔 더 이상 여행계획이 없으나 내년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폴란드및 스위스 방문이 예정돼 있다. (브라티슬라바 AFP=연합뉴스) jk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