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패 및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면책 입법으로 비호해 온 로베르토 카스텔리 법무장관에 대한 여.야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중도 우파 연정이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부동맹(LN) 소속인 카스텔리 장관은 지난 달 의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국가 원수의 재임중 기소면제법을 발동하겠다고 25일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베를루스코니를비롯한 메디아세트 텔레비전 그룹 경영진의 거래 내역을 수사해오던 검찰은 미국과스위스에 추가 정보를 요청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중도 좌파 야권이 강력히 반발한 것은 물론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기민당(UDC)도 카스텔리 장관이 검찰조사를 계속 방해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기민당은 면책특권은 재판 단계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수사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기민당 소속인 미켈레 비에티 법무차관은 카스텔리 장관에게 결정을 번복하도록 종용하면서 사퇴를 위협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29일 열리는 상원 회의에서 검찰조사 계속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UDC가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면책특권법이 베를루스코니 개인을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야권은 28일 카스텔리 장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 동의안을 제출했다. 투표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이는 유럽연합(EU) 순번의장직에 갓취임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밀라노 지방검찰청 검사들은 베를루스코니 소유인 메디아세트 그룹의 탈세 및회계부정 혐의를 포착, 이 그룹이 미국 영화의 TV 방영권을 획득하게 된 경위 등에 관해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 사건 외에도 오랫동안 여러 건의 각종 불법행위로 수사대상에 올랐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러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은 좌파 검사들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집권 연정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포르자 이탈리아와 LN이 오랫동안 UDC 및 민족동맹(AN)과 힘겨루기를 벌여온데다 지난 5월과 6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저조한 득표를 기록한 뒤 분열 양상을 보여왔다. 한편 좌파 야권 세력은 여권내 분열을 이용할 기회를 노려 왔지만 분명한 정책대안이나 핵심적인 지도자 부재로 여권에 못지 않게 내분을 겪고 있다. (로마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