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급격한 당세약화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 사민당이 작년까지만 해도 당의 간판으로 활약하던 전직 여성의원의 전격적인 체포로 인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 경시청은 18일 사민당의 `얼굴'로 활약하다 지난 해 3월 의원직을 사퇴한 쓰지모토 기요미(43) 전 의원과 사민당 도이 다카코 당수의 비서관을 지낸 고토 마사코(66)씨 등 4명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쓰지모토씨와 고토씨 등은 지난 1997년 4월부터 다른 의원 사무실에 근무하는 비서관 2명을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것처럼 등록해 이들의 급여약 1천800만엔(1억8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국회의원이 국가의 돈을 중간에서 빼돌렸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도이 다카코 당수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도이 당수는 와세다(早稻田)대 교육학부 출신으로 대학 재학시절 민간국제 교류단체 `피스보트(Peace Boat)'를 창립하는 등 수완을 보였던 쓰지모토에게 지난 96년비례대표를 권유해 정계에 입문시켰다. 그래서 쓰지모토씨는 도이 당수의 `제자'로 불렸다. 또 고토 전 비서관은 도이당수를 30년간 밀착 보좌해, 일본 정가에서는 두 사람을 `일란성 쌍둥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이런 배경을 놓고 볼 때 도이 당수가 이들의 `비서관 급여착복' 사건에 직접 연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정치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도이 당수는 19일 밤 늦게 사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단 당수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태를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를 경계하면서 사민당의 신뢰회복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천명(天命)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얼굴 역할을 해 온 도이 당수는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책임문제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논란을 불씨를 남겨놓았다. 따라서 앞으로 여당의 정치공세 또는 국민여론의 이반이 가속화될 경우, 도이당수가 일선퇴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은 상태이다. 그런 탓인지 사민당은 반격의 준비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쓰지모토씨가 의원직을 자진 사퇴한 이후 무려 1년 4개월만에 전격적인 체포가 이뤄진데 대한 배경이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역구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높은 쓰지모토씨가 조만간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중의원 선거에서 재기하지 못하도록 일찌감치 싹을 자르기 위해 체포가 이뤄졌다는 조심스러운 주장이 사민당측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쓰지모토씨의 구속으로 작년에 비슷한 이유로 의원직을 그만뒀던 다나카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의원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여서 일본의 정치판은 당분간 `사정 한파'로 요동칠 조짐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