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인근 프리드베르크에 있는 아우구스티너슐레(Augustinerschule)는 1953년에 설립된 김나지움(Gymnasium)이다. 4년간 초등교육 과정을 마친 학생들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인문계 중등 교육기관이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이 통합돼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는 것보다 1년이 더 길다. 에크하르트 이밍 교장의 허가를 받아 7학년 국어 수업을 참관했다. 프리드리히 폰 쉴러가 지은 '빌헬름 텔'을 교재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빌헬름 텔 역할을 맡은 학생은 활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대사를 낭독했다. 아들 발터 역을 맡은 학생은 머리위에 사과를 올려놓는 동작을 했다. 학생들은 책상과 의자에 자유롭게 걸터앉아 있었다. 김나지움에서는 학생들 간에 경쟁이 거의 없다. 수업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한 구두질문과 몇 과목의 필기시험이 있을 뿐이다. 대학 진학에 성적이 반영되지도 않는다. 이 학교 11학년 학생들의 물리수업 교실을 찾아갔다. 한국의 대학 강의실과 비슷한 형태였다.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교사가 칠판에 도표를 그려가며 설명하는 모습은 한국의 고등학교와 흡사했다. 독일의 대학 입시제도는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내신성적이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변수였고 한국 고3생들이 치르는 '수학능력 시험'은 독일의 아비투어와 거의 같았다. 아비투어(Abitur)는 김나지움 상급반에서 정한 세 과목과 국어 수학 외국어중 하나를 선택, 모두 4개 과목만 치른다. 대학별로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는 것도 같았다. 한국이 1980년대초 대학 입시제도를 폐지하고 고교 평준화를 단행한 것은 거의 독일을 본뜬 것이었다. 최근 서울대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학생 지역 할당제는 이미 독일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었다. 독일은 내신성적과 아비투어 이외에 거주지학생 우선 선발,주(州)별 학생 할당, 장애자 우대, 입학 대기기간 등을 고려해 대학생들을 선발했다. 학력만으로 당락을 결정짓지 않기 때문에 입시 경쟁이랄 것도 없었다. 독일의 하우프트슐레와 레알슐레는 실업계 중ㆍ고등학교에 해당된다.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이론과 기능교육을 병행하는 산업인력양성 직업학교에 들어간다. 직업전문학교와 전문고등학교 등이 있다. 학생들은 실습 교육의 대가로 월 5백유로 안팎의 수당을 받는다. 실습을 마치면 바로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최근엔 실습소 운영을 기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 등 급격한 사회발전에 교육내용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