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프레이저 전(前) 호주 총리는 14일 존 하워드총리가 지나치게 미국에 굴종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고 아시아 내에서도 영향력을 잃어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프레이저 전 총리는 이날 호주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SMH)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호주 정부가 미 부시 행정부를 맹목적으로 지지해 자국 국민의 권리마저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지난 76∼83년 호주 총리를 역임했던 프레이저는 "어떤 이들은 현재 우리가 완전히 종속적인 우방이라고 믿기도 한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미 행정부를 지지함으로써 어떤 것을 또 잃어야 하는지 자문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마찬가지로 호주 정부도 연합군이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시도 의혹'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면서 2천 명의 호주 군이 참전했던 이라크 전쟁의 명분에 의문을 제기했다. 프레이저 전 총리는 또 호주 정부가 아프간 전쟁이래 미국에 억류된 호주인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으며, 알 카에다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의 군사 법정에 서게 될호주인 `데이비드 힉스' 사건을 `유순하게' 받아들이기만 했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그는 이어 "명백하게 명분과 독립을 희생당하고 비판 없는 지지만을 표명하는 것이 호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7년 넘게 보수 연정을 이끌었던 프레이저 전 총리의 집권하에서 하워드는 재무장관을 지냈지만, 두 사람은 많은 문제에서 이견을 보여왔다. 하워드 총리는 지난 13일 북 핵 문제와 대(對) 테러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기위해 필리핀과 일본, 한국 등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시드니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