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영웅'에서 시장친화적으로 방향을 선회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인생역정은 한마디로 파란만장하다.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의 빈민촌에서 8남매중 일곱번째로 태어난 그의 정규교육은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다. 그후 독학으로 고졸자격을 따냈을 뿐이다. 불과 12살이란 나이에 구두를 닦고 땅콩을 팔았다. 14살땐 금속공장에 취직, 살벌한 쇠붙이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에 눈을 뜬 그는 1966년 노조활동에 첫발을 들여 놓는다. 이후 강성으로 이름을 날린 철강노조 위원장 당선→70년대 금속노조 파업 등을 주도했다. 그는 "노동자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외쳤고 국제사회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 디폴트(채무불이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동자들은 이런 그를 영웅시했다. 소외계층의 지지도가 치솟으면서 그의 정치적 욕망도 함께 커졌다. 그는 세번이나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세번의 좌절은 소외계층만으로는 보수세력의 힘을 꺾을 수 없다는 점을 룰라에게 분명히 인식시켜 주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그의 행보가 친노동자에서 친시장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